지난 1년 2개월간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직을 맡아 온 김윤 서울의대 교수가 최근 의대로 돌아갔다. 심평원에서 미래위원회를 이끌며 중장기 플랜을 제시하며 성과를 거둔 그였지만 취임 직후 포괄수가제 관련 발언으로 의료계 우려섞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 그를 직접 만나 사임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Q: 임기를 남겨두고 돌연 사임한 이유에 대해 다들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만두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글쎄, 외부에서 볼 땐 어떤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심평원 연구소장직을 맡으면서 계획했던 일이 있었고 임기 중에 그 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나의 몫이지만 나머지는 실행조직이 해야할 일이다. 미래전략이라는 큰 틀을 마련하는 것은 끝났다. 이제 실행조직이 잘 추진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일각에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에 김용익 교수 등 주요 교수진의 외부 활동 증가로 교실에 공백이 커지면서 학교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A: 물론 그런 것도 일부 있었다. 특히 최근 의료관리학교실에 새로운 교수들이 들어오고 해서 그들과 함께 기틀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이나 동료들이 재촉을 하거나 연락이 온 것은 없었고, 돌아오고 나니 "잘 왔다"고 얘기해 줬다. 개인적으로도 후학양성과 연구에 집중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말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이번에 건강불평등 및 공중보건을 전공으로 한 강영호 교수와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을 이용한 정책 평가에 능한 도현경 교수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수가 투입되면서 앞으로 다양한 패러다임의 연구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Q: 심평원 연구소장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A: 아무래도 대학에 있으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지만 기관에 몸 담고 있다보니 기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있다. 물론 기존의 주장하는 바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조심스러운 점은 있었다.
또 지금까지 의료관리학이 실용적인 학문이다 보니 정책 연구에 많이 참여해왔지만 막상 실무에 뛰어드니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있더라. 가령, 의료정책을 바꾼다는 게 한개 기관이 정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부터 국회, 복지부 등이 맞물려 움직여야 하다보니 정책 하나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관 즉, 심평원의 경우 이미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고 하면 추가적인 업무가 늘어나는 꼴이다 보니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역시 말로만 하는 것과 몸으로 경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Q: 사실, 심평원에서 추진하는 적정성 평가에 대해 의료기관의 불만이 상당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불만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알고 있다. 일부 온당한 비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적정성 평가 지표에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나 평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은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지표는 미국, 영국 등 의료선진국에서 적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평가 과정도 검증 과정을 거치는 등 굉장히 꼼꼼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적정성평가를 위해 너무 많은 자료를 요구한다는 비판은 합당한 지적이라고 본다. 실제로 자료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그에 대한 보상책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평가 데이터를 쉽게 제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Q: 지금까지 의료 질 평가에 관한 연구에 집중해왔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 대해 연구해볼 계획도 있나.
A: 의료 질 평가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기관을 평가할 때 인력, 병상, 장비 수 등 눈에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해왔다. 하지만 선진 의료로 가려면 실질적인 평가에 필요한 정보를 만들어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적정성 평가가 필수적이다.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는 질 높은 서비스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우리가 필요한 정보는 '병원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졌는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사실 의료관리학이라는 분야가 의사들이나 병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적인 문제가 많이 다뤄지기 때문에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우스갯소리로 '보호학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워낙 소수이다보니 그런 것 같다.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고 또 좋은 의료환경이 되려면 임상 교수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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