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별로 환자 본인부담을 차등화해도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상급종합병원 외래 환자 감소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원 및 의원에서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요양기관 종별 본인부담 차등이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연구책임자 변진옥)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는 경증환자 및 만성질환자가 상급종병을 많이 찾아서 나타나는 의료전달체계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두차례에 걸쳐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을 상향 조정했다.
우선 2009년 7월 상급종병 본인부담률을 50%에서 60%로 올렸다. 2011년 10월에는 52개 경증질환에 대한 약제본인부담률을 기존 30%에서 상급종병 50%, 종합병원 40%로 인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같은 정책이 환자쏠림을 완화하고 종별 기능 재정립에 영향을 미친다는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첫번째 정책을 시행한 후 전체 외래 환자와 경증 외래 환자에서 상급종병 이용량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두번째 정책 시행 후, 상급종병 경증외래 환자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환자수가 2012년에는 2010년보다 15.2% 줄었고, 진료비는 22.2%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빅5는 건재했다. 2012년 환자 수는 2010년보다 1.5% 증가하고, 진료비는 3.9% 감소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병의원에서는 전체 질환과 52개 질환 환자수와 진료비가 증가하긴 했지만 정책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미미했다.
고혈압 환자는 당뇨병 환자보다 본인부담률 인상 후 상급병원에서 의원으로 이동이 많았으며, 특히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 이후 두드러졌다.
즉, 정부 정책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재정립된 것이 아니라 환자가 효율성을 찾아 나선 것이다.
환자들은 본인부담률 인상에 따라 돈을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의료기관 중에서는 병원보다 의원을 선택하고, 본인부담률이 같은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는 오히려 규모가 더 큰 대형병원을 선택해 비용 대비 합리성을 찾고 있었다.
연구진은 "약값 본인부담률 인상이 대형병원 외래이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의원 및 병원 환자 증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막기 위한 본인부담률 인상은 가격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만큼 차등의 규모가 있어야 한다. 수요측면 외에 공급측면과 제도적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본인부담률 차등화는 상급종병 본인부담률 인상과 함께 병의원급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또 공급자 행태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1차, 2차, 3차 의료기관에 따라 그 수준에 적합한 진료를 했을 때 '이익이 남는 수가'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손해보는 수가'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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