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현행 의사만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천연물신약 고시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의계는 한의사들의 처방권을 제한하던 불합리한 제도가 철폐됐다며 환영을 표시했다.
반면 의료계는 오히려 한의사의 천연물신약의 배타적 권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패소와 마찬가지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0일 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조정훈 위원은 "천연물신약 고시 관련 판결을 두고 한의사협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다"면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의사들에게 불리한 판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9일 한의사들이 제기한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소송에 대해 "천연물신약의 범위에 한약제제를 제외한 이유나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즉 천연물신약의 범주에 한약제제가 빠져있어 한의사들의 처방권을 제한하고 있으니 기존 고시를 무효화하고, 천연물신약의 정의를 새로 만들라는 것.
이에 대해 한의사협회는 "천연물신약에 대한 한의사의 처방과 사용 권리를 제한하던 잘못된 고시가 철폐됐다"면서 환영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한특위는 재판 결과를 두고 한의사들의 '패소'나 마찬가지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정훈 위원은 "천연물신약과 관련한 가장 큰 쟁점은 한의사들의 배타적 권리 인정 여부였다"면서 "한의사들이 궐기대회를 열고 소송까지 벌였던 이유도 천연물신약의 독점적 사용을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법원은 '천연물 성분의 규격을 달리해 새로운 의약품을 제조하는 방법이 고유한 한방원리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면서 "판결은 그저 천연물신약 관련 고시에 한약제제만 포함시키라는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한의사들의 천연물신약의 배타적인 처방과 사용 주장에 대해 "천연물신약을 고유한 한방원리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천연물신약의 배타적 사용, 처방권이 당연히 포함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조 위원은 "한의사들이 휴진까지 하면서 주장한 핵심은 '천신약은 한약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이를 법원이 부인한 만큼 결코 한의사들의 승소로 해석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아울러 한약제제를 천연물신약의 범위에 넣어서 한의사도 처방할 수 있게 하라는 건 천신약 중 한방제제만 쓰라는 말과 같다"면서 "이마저도 한방의약분업이 안된 상태에서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마치 자신들이 승소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는 한의사들의 행태가 황당할 뿐"이라면서 "한의사들은 IMS 판결 등 다른 건도 여러차례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해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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