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0%. 지금까지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소송에서 병원의 책임 비율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다. 바꿔 말하면 공단이 환수해간 원외처방 약제비의 20~50%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책임비율은 병원들이 건강보험공단과의 소송에서 어떤 재판부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는 29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소송 설명회' 를 개최했다.
현두륜 변호사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는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소송들 판결문을 보면 병원 사정 보다는 재판부가 의료현실과 건강보험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책임비율을 다르게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약국의 책임은 어느정도인가,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 판사의 주관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어떤 재판부를 만나는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를 둘러싼 건보공단과 병원계의 지리한 싸움은 아래의 물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 약을 처방했을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사가 청구한 요양급여비 중 일부를 삭감한다. 여기서 건보공단이
약국에 지급한 약값까지 '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을까?
이에대해 보건복지부는 약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건보공단은 이 약제비를 의사에게 환수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환수한 원외처방 약제비는 2300여억원에 달한다.
이를 인정할 수 없는 병원들은 건보공단을 상대로 약제비 환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현 변호사에 따르면 한 대학병원장은 "의사는 최신지견에 따라서 약을 처방해야 한다. 의대에서 급여기준은 배운적도 없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을 법원에서 인정 받을 수 있을지 보고싶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 약제비에 대한 환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신 건보공단이 전액 환수하는 것은 위법이며, 병원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이후
건보공단과 병원의 책임범위 에 대한 다양한 판례가 나왔다.
병원 책임이 80%라는 판결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50%, 60% 인정한 사례를 비롯해 약국, 환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들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명확한 책임비율을 규정하기 보다는 병원에 돌려줘야 할 약제비 비율이 50%는 너무 많고, 20%는 적당하며, 약국과 환자는 책임이 없다는 정도만 밝힌 상황이다.
현 변호사는 "그동안 30~40% 책임비율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언급이 없었다. 그 정도 차액은 인정해 줄 것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면서 "책임제한비율 탄력성을 인정해주는 판결이 난다면 어떤 판사를 만나는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판례처럼 병원들이 환수당했던 약제비 중 최소 20%는 돌려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소송을 고민하는 병원이 늘어날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두륜 변호사는 "공단 환수금액의 최소 20%에다가 환자본인부담금을 더한 비용과 소송 비용 등을 고려해서 실익을 따져보고 소송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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