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의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준 영화 '미스터 노바디'를 소개해볼까 한다. 의대/의전원 졸업을 앞둔 모든 학생에게 앞으로 다가올 선택의 순간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되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각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달라 벌써 임상실습이 마무리된 학교도 있다는 소문(?)도 있고, 여전히 실습 중인 학교들도 있다. 나는 아직 실습 중인 PK이다. 하지만 모 교수님의 말씀대로 국시가 가까워질수록 실습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느슨해진다. 눈앞의 환자들과 케이스, 과제들 보다는 국시 공부에 대한 압박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한숨만 늘어간다. 합격률이 고정되어 있다는 실기시험에서 자칫 잘못해서 미끄러져버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고, 무려 17권에 달하는 국시 준비 문제집이 책장에서 먼지 쌓여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숨짓는 것이 현재 본과 4학년들의 평균적인 모습인 듯하다.
거기에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거운 현실로 다가온다. 수련은 어느 병원에 가서 받는 것이 좋으며, 무슨 과를 전공할지에 대한 고민. 자신의 적성과 향후 기대되는 수입, 삶의 질 등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선택 기준들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 것인지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친구들 중 몇몇은 마치 제2의 사춘기를 겪는 것 같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요 몇 달 간은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물론 당장에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목표도 없고 미래에 대한 구상이 없는 상태에서 공부에만 매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일, 선택에 따른 결과를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좀 더 선택이 수월하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 '미스터 노바디'에서는 내 예상과는 정반대의 답을 내놓는다.
영화는 한 남자의 인생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보여준다. 매 선택의 순간에 따라서 결혼할 여자, 앞으로 누리게 될 생활수준, 어떤 모습으로 죽게 되는지 등 모든 것이 달라진다. 주인공의 인생에는 크게 3가지 버전이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꽤 복잡하게 구성된 이 영화 안에서 3가지 버전이 뒤엉켜버릴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하나도 '아.. 이게 정답이었구나'라고 여길만한 선택은 없었다는 점이다. 다만, 각각의 선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은 있으며 역시 그런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순간도 존재한다.
오히려 이 모든 결과를 알고 있을 때 선택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뚜렷한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영화를 통해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선택은 없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동안 알 수 없는 무게에 짓눌렸던 마음 한 구석이 상당히 가벼워졌다. 만일 나처럼 한참 공부해야 할 시기에 앞으로 닥쳐올 선택이 걱정되어서 잠 못 이루거나, 심란해하는 본과 4학년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나와 같이 위로를 받아보심이 어떨지 제안해 본다.
<영화 'Mr. Nobody' 의 한 장면 - 주인공은 중대한 선택의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그 선택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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