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소관 2015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의 총지출 규모는 정부 전체 총지출 376조원의 13.8% 수준인 51조 9000억원 수준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복지부 예산안을 두고 재난의료와 금연지원, 국가예방접종 등 최근 이슈 중심의 포퓰리즘적 정책에만 무게를 실었을 뿐 지방의료원 역할 설정 등 공공의료 강화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내년도 복지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담배값 인상과 관련한 '국가금연지원서비스'를 비롯해 새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국내외 재난의료 지원' 등의 예산 증가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복지부 예산 51조 9000억원 중 보건의료 부문이 차지하는 예산은 2조 2408억원에 불과하다. 그중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올해 113억원에서 무려 1248.8%나 증가한 1521억원으로 책정됐다.
'국내외 재난의료 지원' 예산 역시 올해보다 무려 258%나 증가했다.
'국내외 재난의료 지원' 예산 중 가장 큰 증가를 보인 부문은 현장응급의료지원차량 구입 지원으로, 올해 1억 6000만원에서 25억 8000만원 증가한 27억 400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밖에 ▲24시간 재난의료 중앙지휘실 운영 17억 3000만원(신규) ▲재난환자이송 현장책임관 운영지원 9억 5000만원(신규) ▲재난의료전문인력 교육훈련 지원 2억 9000만원(신규) 등의 예산도 새로 배정됐다.
반면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의료·분만취약지 지원 등의 예산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에 배정된 내년도 예산은 670억원으로 올해 예산에 비해 3.9% 증가에 불과했다.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기능보강 예산은 올해보다 21억원 증가한 595억원으로, 33개 전국 지방의료원과 5개 적십자병원 등 총 38개 공공의료기관에게 평균 15.65억원 정도가 배분되는 셈이다.
공공보건프로그램 사업비는 6억원으로 동결됐고, 공공병원 인력지원 예산도 5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러다보니 내년도 예산에 대한 지방의료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민간과 차별되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A지방의료원장은 "현재 예산으로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절대 불가능하다. 공공병원을 민간과 자꾸 경쟁시키려는 틀 자체가 잘못됐다"며 "공공병원이 민간과 경쟁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예산에서)먹고 살려면 어쩔수 없다. 이를 풀어주면 공공병원이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의 구조 깨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력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지역거점 공공성 강화 예산이 670억원인데 인건비 등 운영과 관련된 예산은 공공인력 지원에 배정된 55억원이 전부다"라며 "지방의료원들의 경우 시설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바로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 인건비 55억원 지원으로는 부족하다 200~300억원 정도로 늘려야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정된 예산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있다.
현재 지방의료원 예산 지원은 국비와 지자체 매칭방식으로, 복지부에서 예산을 배정하면 지자체 역시 같은 금액의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만일 지자체가 복지부 예산만큼 지원을 못할 경우 해당 지방의료원에게 배정된 복지부 예산은 반납 또는 재심의를 거치게 된다.
B지방의료원장은 "예산이 충분하게 배정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정부와 지자체 매칭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며 "우리 의료원은 올해 복지부로부터 40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지자체에서 매칭을 못해 반납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자체가 같은 비용만큼 매칭을 못하게 되면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 복지부가 전액 반납하라면 할 수 밖에 없다"며 "지방 재정의 불평등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5 대 5로 할 경우 재정이 여력이 있는 지자체의 지방의료원은 예산 지원을 많이 받고 강원도 같은 경우는 복지부가 예산을 지원해줘도 실제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의 예산이 지나치게 이슈 중심으로 배분됐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내년도 보건의료 예산 증감현황을 보면 금연지원이나 재난의료 등 지나치게 이슈를 따라가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공공의료기관이 지속 가능한 자생력을 갖추고 지역 내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예산 배정 권한이 기재부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일단 공공병원 인력 지원 예산 55억원은 기본적으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인력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며 "다만 기재부에 요청은 많이 했지만 요구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 입장에서 요청한 예산을 다 받으면 좋은데 통상적으로 볼 때 인력 지원 요구만 반영이 안 됐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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