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암 환자 추적 관찰을 위한 PET 검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강행하자 전문의들이 최소한 유예기간이라도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급작스런 법안 적용으로 이미 예약을 해놨던 환자들과 지속적으로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법안인 만큼 이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핵의학회 문대혁 회장(울산의대)은 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된 추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회장은 "복지부가 지난 9월 급작스럽게 양전자단층촬영(FDG PET) 급여기준 개정안을 공표했다"며 "보장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지만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30일 PET에 대한 급여 기준을 명시하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개정안을 공표했다.
이 법안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인정했던 PET에 대한 적응증을 의학적 근거에 맞춰 세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골자다.
PET 검사가 무분별하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적응증을 제시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건강보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학계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핵의학회를 비롯한 외과학회, 대장항문학회, 간학회 등 10개 학회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는 보장성을 오히려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재차 해명자료를 발표해 보장성 후퇴는 근거가 없으며 과잉촬영에 대한 증거가 명확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PET가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래 촬영 건수가 무려 2.3배나 증가했으며 급여비용 또한 2.7배나 증가한 것은 과잉촬영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대혁 회장은 "지난 7년간 PET검사가 증가한 것은 그만큼 PET의 유용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라며 "PET는 암 진료에 있어 이제 필수적인 검사가 됐고 그 어느 장비보다 효율적인 진단 수단이 된 것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PET 검사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실제로 일본은 같은 기간 검사가 10배나 증가했으며 중국은 3년만에 2배가 넘게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PET의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는 것이 핵의학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전신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검사는 PET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문 회장은 "개정안은 대다수의 암 적응증에 MRI나 CT 등을 먼저 시행한 뒤 PET 검사를 하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이는 PET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PET은 유일하게 전신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검사로 타 영상 검사에 비해 암 병소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전제 조건을 두는 국가가 없다"며 "이는 분명한 보장성의 후퇴며 이 조항은 반드시 삭제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무증상 장기추적 검사를 제한한 것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의학회의 주장이다. 이미 진료현장에서 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최소한 유예기간이라도 필요하다는 호소다.
추적관찰을 위해 PET를 예약했던 환자들이 병원에 헛걸음을 하거나 불안안 마음으로 예약 취소를 요구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대혁 회장은 "물론 무증상 장기추적검사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재발암 진단에 PET만큼 예민한 진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환자들이 불안한 마음을 호소하며 PET 검사를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소한 유관학회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고 의학적 근거를 만들 때까지 법안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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