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수가제 폐지 대신 진료시간을 공개하자는 복지부 제안은 독이 든 성배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차등수가제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 일각에서 환영 대신 되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가 대안으로 의사의 진료시간 공개를 내걸면서, '진료시간 공개'가 자칫 현행 초진 13분, 재진은 9분 기준으로 작성된 진찰료의 삭감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9일 의료계를 중심으로 복지부의 차등수가제 폐지 검토 소식에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등수가제는 의사 1인당 1일 평균 진찰횟수 75건 기준으로 진찰료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로, 지난 2001년 7월 시행됐다.
적정진료를 유도하고 특정 의료기관에 환자 집중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진찰료가 횟수에 따라 ▲75건 이하 100% ▲76~100건 90% ▲101~150건 75% ▲150건 초과 50% 등으로 조정(삭감)된다.
하루 75명 이상 환자를 보는 병의원의 경우 환자가 많을 수록 진찰료가 삭감된다는 점에서 차등수가제 폐지는 의료계의 염원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복지부가 차등수가제 폐지를 전제로 의료기관별 의사 1인당 진료시간 공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
복지부는 관계자는 "일시적인 개선책은 의미가 없다"며 "의료기관별 진료시간을 공개해 소비자의 의료접근성과 정보를 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등수가제 폐지가 건정심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가입자단체를 설득할 명분으로도 '1인당 진료시간 공개'는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M내과 개원의는 "차등수가제 폐지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진료시간 공개라는 조건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처럼 진료 시간에 따른 새로운 규제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무조건적인 차등수가제 폐지 환영에는 의료계의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다만 현재 심평원 홈페이지에 각 의원별 적정성 평가 결과처럼 진료시간이 공개되는 것은 부적절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햇다.
실제로 현행 진찰료는 초진 13분, 재진은 9분을 기준으로 작성돼 있지만 다수의 병의원은 기준 시간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진료 시간 공개가 진찰료 삭감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는 이유다.
차등수가제 기준에 걸리는 병의원은 현재 15% 내외로 추산된다. 차등수가제에서 자유로운 나머지 85% 병의원은 진료시간 공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 개원의는 "실제 환자가 75명 이상인 의원이나 40명에 불과한 의원이나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데는 3~5분 정도 소요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며 "진료 시간 공개가 진찰료 삭감과 연동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한편 차등수가제 폐지에 찬성 입장을 나타낸 의협에 대해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의협과 약사회는 폐지 반대, 병협은 중립을 나타낸 반면 의협만 찬성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과거부터 의협의 기조는 차등수가제의 무조건적인 폐지다"며 "차등수가제 유지에 찬성하는 신규 개원의들이나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도 있어 모든 목소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오전 진료에만 200명을 보는 일부 박리다매형 기관을 제재하는 방향은 옳다"며 "복지부 역시 모든 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을 다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과밀 기관만 공개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특히 진료시간이 공개된다고 해도 의원급의 경우 120명 정도를 기준으로 '과밀'이나 '대기시간 김' 정도로 표시하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각 의원별 진료시간과 환자 수 공개 방안에는 명확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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