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아닌 식도로 삽관을 진행해 결국 뇌 손상을 일으킨 대학병원이 환자에게 5억여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정은영)는 최근 담낭관종 수술을 받다가 잘못된 삽관으로 뇌병변 1급 장애를 받은 환자 측이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병원 측의 손해배상 금액은 4억8011만원, 책임비율은 80%다.
김 모 군은 생후 2개월이 지나 황달, 대변색깔이 없어지는 증상을 보여 A대학병원을 찾아 담관낭종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수술에 들어가기 전 혈액검사, 흉부방사선 검사, 소변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우측 폐문 아래 침윤이 보여 소아청소년과에 수술을 해도 되는지 협진을 의뢰했다.
소청과는 "가래가 있어보인다. 전신마취 후 증상악화 가능성이 있지만 수술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소청과의 답을 받은 의료진은 전신마취 하에 우측 늑골하 절개를 시행해 복강 내에 확장된 담관을 확인하고 담낭과 담관을 주변 조직과 혈관으로 박리해 절제했다.
이후 절제된 담관과 공장을 연결해 문합하는 R-Y 담관공장 문합술을 진행한뒤 예방적으로 충수돌기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수술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진 김 군의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는데 수술 15분 후부터 혈액검사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지는 정황이 포착됐다.
다음날 새벽에는 혈압도 떨어지고 산소포화도도 떨어지는 증상이 보였고 결국 심폐정지까지 발생했다. 심폐정지 발생 후 3분만에 심폐소생술은 이뤄졌다.
문제는 심폐정지 후 이뤄진 삽관 과정에서 일어났다. 의료진이 튜브를 기도가 아닌 식도로 잘못 삽입했고, 10여분 후에야 다시 제대로 된 기관 삽관이 이뤄진 것.
현재 김 군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다.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 측이 수술 후 경과관찰 및 처치를 소홀히 한 과실, 기관삽관상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기관삽관 과정에서 과실이 뇌손상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관삽관이 식도와 같은 다른 구조물로 삽관된 후 의료진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매우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게 된다"며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료진이 시행해야 하며 삽관 후 반드시 확인하고 흉부방사선 촬영으로 위치를 최종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병원 의료진이 기관삽관을 다시 하자 그제서야 산소포화도가 상승하면서 급속히 환자 경과가 좋아졌다"며 "기관삽관이 잘못 이뤄진 14분 동안 환자가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다고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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