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면서 서울시가 긴급하게 방역 물품을 배포하고 있지만 마땅한 기준없는 배분으로 대학병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천병상에 달하는 대학병원에 N95 마스크를 고작 수십개 보급하는 등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 방침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물류창고 앞에 지급물품을 받기 위한 구급차가 줄지어 서 있다.
서울시는 최근 비축 약품 창고에서 관내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메르스 방역 물품을 지급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응본부는 1차로 D레벨 방호복 4천여개를 비롯해 N95 마스크 3만 4천여개를 배부했으며 2차로 체온계와 손 소독제 등도 2만여개를 배포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역 물품 제공에 일선 대학병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 병원에 대다수 물품이 몰리면서 나머지 병원들은 사실상 찬밥 신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21일 "이미 구비했던 N95 마스크 등이 전부 소진돼 서울시 방역 물품 지급에 일부 희망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막상 물품을 받으러 와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일부 병원은 N95마스크만 수백개를 받아간 반면 일부는 20~30개 받는데 그쳐 불만이 높다.
실제로 이 병원은 물품 수령을 위해 운송 트럭을 배정했지만 받은 물품은 N95 마스크 수십개가 전부였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병원들도 마찬가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B종합병원도 마찬가지. 이 병원은 기대했던 방호복은 받지도 못한 채 N95 마스크 30개만 받는데 그쳤다.
B병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에 방호복이 없는 상태라 서울시 지원 방안을 기대했었다"며 "직원이 5명이나 왔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1명만 왔어도 될 것을 그랬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처럼 방역 물품을 지급하는데 마땅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소독제 등도 마찬가지로 병원별 양극화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A대학병원과 병상 수가 비슷한 C대학병원은 N95 마스크만 400여개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병원 모두 메르스 안심병원이지만 10배에 달하는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종합병원도 마찬가지다. D병원은 방호복과 더불어 N95 마스크 등 500여개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학병원보다도 많은 수량을 획득한 것이다.
A대병원 관계자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서울시에 수차례 배급 기준이 무엇인지 문의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삼성서울병원 등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같은 규모의 대학병원인데도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한정된 자원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배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급 현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100억여원의 예산을 확충해 추가 방역 물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병원과 경유 병원을 중심으로 물량을 우선 배정했다"며 "자치구별, 병원별로 차이는 날 수 있겠지만 비축 물량이 한정적인 만큼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배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속해서 추가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각 병원들이 메르스에 맞설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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