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특별법 하위 법령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또 다시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공의특별법의 주요 골자라고 할 수 있는 수련병원 신임평가업무를 제3기구로 독립시키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임평가업무 독립을 주창해 온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각오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대내외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대한병원협회에 업무를 이관해왔던 보건복지부마저 직속으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무게중심은 완전히 기울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홀로 '아니오'를 외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업무를 주관해온 병협이다.

병협은 복지부가 신임평가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구심까지 제기하며 이관에 결사 항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병협만큼 신임평가업무에 특화된 기관이 없으며 이에 대한 노하우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병협의 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협은 신임평가업무의 독립 문제가 나올때 마다 신임평가위원회가 이미 독립된 기관이며 병협의 산하기구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즉, 신임평가위원회는 병협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데도 대전협 등이 이를 곡해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랬던 병협이 갑자기 고유 업무와 권한을 얘기하며 노하우를 들고 나섰다. 병협이 신임위원회의 주체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 버린 셈이다.

자가당착이라는 말이 있다. 언행이 전과 후가 달라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병협의 상황을 이만큼 압축할 수 있는 성어가 있을까.

과거 주장대로 신임평가위원회가 독립된 기관이 맞다면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다. 철저한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스스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장대로 노하우를 가질 만큼 병협이 실제적 주체라면 당연히 독립기구로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 수련병원들의 단체가 수련병원 평가를 맡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유다.

물론 기득권을 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자가당착을 지속하며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병협은 낼 수 있는 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