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감사단이 대의원회의 정관 위반 사항을 지적하고 나서자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이 정면 대응에 나섰다.
감사단이 단정적인 어조로 대의원 직선 선출 규정 위반과 운영위 규정 개정의 절차적 하자 등을 지적했지만 이는 법률 자문을 거쳤을 뿐 아니라 집행부와 함께 한 절차적 정당성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은 "최근 감사단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대의원회의 정관 위반 사항 등을 지적했다"며 "지적된 내용들은 법제이사, 집행부, 법률 자문을 거친 일이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말했다.
앞서 감사단은 간선제 대의원 선출, 운영위원회가 정관을 개정하기 전에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과 '대의원회 운영규정'으로 분리하는 것 등을 정관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임 의장은 "집행부가 법률 검토를 받은 것에도 정관 위배가 아니라고 돼 있다"며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같이 한 것인데 이를 단정적인 어조로 정관 위반이라고 하는 건 잘못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는 "참고하거나 시정 바란다는 정도로만 했어도 되는 일을 계속 위반했다는 식으로 하니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본인은 개인의 자격이 아니라 대의원회를 대표하는 의장인데 이건 대의원회를 철저히 무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일부 대의원들이 제기하는 김세헌 감사의 불신임 발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임수흠 의장은 "감사단의 잘못된 지적을 벌을 주겠다는 뜻이 아니라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며 "회원들은 이번 내용을 보면 또 싸움을 벌이는 구나 생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이 직접 불신임을 거론한 적은 없고 판단은 대의원들의 몫이다"며 "집행부와 운영위가 같이 했던 사항을 충분히 설명드리면 감사보고서의 일부 항목들이 채택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부분들이 있으니 너무 앞서가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법률 자문 결과는? "문제 없다"
실제로 이날 임수흠 의장은 정관,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규정 개정 절차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A 변호사는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위원회 규정」의 개정안에 관해 "정관 제17조 제6항과 제23조 제4항에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이라고 돼 있다"며 "따라서 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위 규정의 제목 또는 명칭을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정관에는 '총회의 의사진행에 관한 사항'과 '대의원 운영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며 "위 규정의 제목 또는 명칭을 변경하더라도 그 내용이 위에서 정한 사항에 해당한다면, 제목이나 명칭의 변경을 정관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정관 위반이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정관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제목이나 명칭의 변경이 정관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관 개정안과 대의원회 운영 규정 개정안의 동시 상정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A 변호사는 "정관에서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위원회 규정 또는 이를 대신할 대의원 운영 규정의 제정 절차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대의원 총회에 상정해 심의·의결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특별한 정함이 없는 사항에 관해서는 당연히 대의원총회의 심의·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판단했다.
그는 "총회에서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위원회 규정' 명칭을 '대의원회 운영 규정'이라는 명칭으로 개정하기로 의결해 주무관청의 정관 변경 허가를 받은 다음 위 규정의 제목이나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리·논리적 근거가 없다"며 "단순한 제목이나 명칭의 변경은 정관 변경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대의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정기총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할 의안이 아니라면 굳이 제4항에 운영위원회를 의안의 제출 주체로 규정해둘 필요가 없다"며 "따라서 운영위원회는 정기총회의 심의·의결을 받기 위해 의안을 제출할 권한이 있되, 제1항에 의해 협회를 경유해야 한다는 것이 제4항의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마침내 입 연 김세헌 감사 "법률 자문 왜곡 말라"
감사보고서 작성의 주요 인물로 김세헌 감사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 특히 대의원회가 '정치적 이유'로 감사보고서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세헌 감사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
김 감사는 "법률 자문도 정기총회에 제출할 의안을 총회 25일 전까지 협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인용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운영 규정을 바꿔놓고 법률 자문을 인용해 마치 명칭만 바꾼 것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자문 결과를 왜곡,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보고서의 핵심은 적법한 절차로 정해진 정관은 누구든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것이다"며 "정관의 문제나 비합리적이 부분은 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하고 관련 법에 따라 복지부의 허가를 얻어 정관에 따라 하위 규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선제 대의원 선출 정관을 어기고 일부 시도의사회가 간선제로 대의원을 선출한 것은 분명 정관 위반이다"며 "집행부와 대의원회(대의원회 의장 또는 운영위원회)가 정관을 위반하자고 합의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간이 없어 직선제로 선출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며 "대부분의 시도의사회는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모두 직선제로 대의원을 선출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운영위 규정이 내부 지침이므로 얼마든지 운영위 스스로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김세헌 감사는 "운영위 규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관과 충돌하거나 정관에 명시된 집행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조항이 발견된다"며 "이는 운영위 규정이 내부 지침이라는 주장이 사실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운영위는 지난 2016년 1월 16일에 개정된 운영위 규정이 일부 문제가 있어 4월 9일에 또 개정했다고 하는데 어디에서도 해당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번 감사보고서는 1월 16일 개정 규정을 대상으로 했지만 1월과 4월 개정된 규정 모두 근본적으로 제정 주체의 문제 즉, 정관 67조와 정관 23조 4항을 위반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운영위가 대의원 운영위원회 규정 30조 5항 2호에 대해 "대의원운영위원회의 임무는 대의원총회 의안 제출로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1월 16일에 개정한 운영위 규정에는 제 30조 5항 2호가 존재하지 않으며 운영위 규정 자체가 정관 67조를 위반해 개정되었기 때문에 그 효력이 없다는 게 김 감사의 판단.
김세헌 감사는 "운영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달리) 감사보고서가 지적한 '운영위원회가 직접 대의원총회에 의안을 제출하는 것이 정관 21조 위반'이라는 내용을 받아들였다"며 "최근 상임이사회와 임시이사회에 운영위원회 총회 부의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고육지책을 쓰지 않았냐"고 주장했다.
그는 "대의원 선출 과정의 문제를 알면서도 정총에서 감사 후보로 출마했던 현 감사들은 이미 대의원회 구성의 합법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것도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 잡자는 취지로 감사보고서를 쓴 것이다"고 맞섰다.
그는 "대의원회 1년 회무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지만 2018년까지 지켜보는 것보다 지금 문제를 바로 잡는 게 낫다"며 "감사 선출이 무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고 감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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