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 이창진 대표이사
의료기기수입판매업체에 공채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25년이 걸렸다.
의료기기 관리부서에서 시작했지만 진단·수술·미용의료기기 영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원익’ 이창진 대표이사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의결로 취임한 그는 1991년 원익그룹 모기업으로 의료기기수입핀매전문기업 (주)원익에 공채로 입사해 2007년 임원으로 승진한 뒤 횟수로 10년이 지난 올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말단 직원에서 CEO까지 됐으면 ‘직장인 성공신화’로 자랑할 법도 하건만 이창진 대표는 “그렇게까지 볼만한 위치가 아니다”라고 짤라 말했다.
의료기기 외투법인·제조사·대리점 등 업종별 특성과 직원들의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기수입판매를 대행하는 원익 대표이사가 롤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그의 말처럼 원익은 태생적 특수성을 갖고 의료기기사업을 해왔다.
1981년 4월 ‘원일통상’으로 시작해 원익그룹 모태가 된 (주)원익은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의료기기 ‘상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의료기기 상사업은 과거 그룹 계열사로 LG상사·두산상사 등 많은 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원익을 제외하곤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희소해졌다.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 온 원익은 의료기기 상사업 성공모델로 지난 2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남들보다 새로운 콘셉트의 ‘진단·수술·미용’ 의료기기를 발굴·수입해 국내시장에 런칭하고 독창적인 마케팅으로 독보적인 시장장악력을 보여줬다.
이 대표는 “원익은 적어도 지난 20년 간 특정 제품이나 시장을 보고 유사한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는 2등 전략을 취하지는 않았다”며 “항상 새로운 콘셉트의 장비를 찾고 국내에 들여와 시장을 만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20년 전 레이저를 이용한 코골이 수술 장비를 시작으로 레이저를 이용한 디스크 수술 및 홀뮴레이저를 이용한 전립선 수술 장비는 물론 미용의료기기 써마지·젤틱 등 국내에 선례가 없던 제품들을 들여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마케팅 또한 원익 의료기기사업 성공가도를 이끈 일등공신.
과거 의료기기업체들이 유저 중심의 홍보와 광고에만 치중할 때 원익은 일반인들의 인식을 높이는 매스미디어 마케팅을 병행해 의사들의 더 많은 선택을 이끌어냈다.
20년간 탄탄대로를 걸어온 원익이지만 이창진 대표는 의료기기사업이 ‘격변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의료기기시장 환경 변화와 함께 수입판매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기 상사업이 태생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판단에서다.
원익은 과거 혁신적인 의료기기들을 국내에 수입 판매해 막강한 영업마케팅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제품 공급사들이 한국지사를 설립해 직접 판매에 나서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이창진 대표는 “의료기기 수입판매업 자체가 정체돼있고 성장 한계에 직면해있다는 게 일반적인 업계 시각”이라며 “사실 10년 전부터 대안을 고민해왔고 또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기기 수입판매는 지속하겠지만 그간 인바운드(내수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웃바운드(해외수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기제조사도 아닌 수입판매를 하면서 해외수출을 한다? 자칫 난센스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아웃바운드 강화는 피부시술용 의료기기 ‘이노젝터’ 사례에서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앞서 원익은 지난해 8월 이노젝터를 개발한 에스트라와 글로벌 독점 유통계약을 체결, 해외시장에서의 마케팅 및 판매 독점권을 확보했다.
뒤이어 9월에는 홍콩에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 유통회사 HMI(Harmony Medical Inc.)社와 공동으로 설립한 합작투자사 ‘원익 앤 하모니’(Wonik & Harmony)와 이노젝터에 대한 중국·홍콩·대만·태국 등 중화권 유통계약도 체결했다.
이창진 대표는 “의료기기를 제조해서 수출하는 사업방식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구개발·제조를 잘하는 업체는 그쪽에 전념하고 대신 마케팅·유통은 원익과 같은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전담해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헬스케어 비즈니스 협력모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익은 SI(전략적 투자)·자금지원·인수합병 등 투자와 함께 해외 유통을 담당하는 형태로 아웃바운드 비즈니스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국내 업체는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 등 여러 업체들을 물망에 올려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수년 내 진단·수술·미용의료기기 해외수출 비중을 내수와 균형을 맞추되 절반 이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많은 투자와 활발한 인수합병을 진행해 원익이 국내에 선례가 없었던 의료기기 전문상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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