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의과대학들이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교수 승진 평가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부담을 호소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매년 SCI급 논문을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SCI로 한정된 학술지 등재 기준을 SCI-E까지 확대해 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최근 교수협의회를 갖고 교수 승진 기준에 포함된 학술지 등재 기준을 SCI-E까지 완화해 줄 것을 대학측에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연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수 승진까지 10여편의 SCI논문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부담이 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A의대 교수는 "현 기준 대로라면 임상강사때부터 매년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며 "정교수도 아니고 임상강사, 조교수들이 1년에 한편 이상 주저자로 SCI논문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우리나라 의료 환경이 연구에 집중할 수도 없는 상황 아니다"며 "임상에 전공의 수련까지 도맡는 젊은 교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A의대는 임상강사에서 조교수 승진까지 SCI급 학술지에 주저자로 1편이상 교신저자로 2편 이상, 공동저자로 3편 이상의 논문을 내야 한다.
조교수에서 부교수까지는 주저자로 3편 이상을 내야 하며 부교수에서 정교수는 5편 이상이다. 이에 맞춰 교신저자 논문 수도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임상강사에서 정교수까지 10년에서 15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거의 두편 정도는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A의대 보직자는 "SCI급 논문 편수가 대학의 경쟁력이 되다보니 최근 상위권 의대들이 경쟁적으로 승진 기준을 높인 것이 사실"이라며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기조는 유지하되 부담은 조금이나마 줄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비단 A의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의대 교수들도 지나치게 높은 기준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B의대가 승진 기준을 임팩트팩터(Impact factor) 합계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B의대는 최근 교수 승진 기준을 SCI논문수로 한정했던 것에서 벗어나 임팩트팩터 합으로 갈음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사실상 A의대의 방안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기준.
무조건 SCI급 학술지에 주저자로 논문을 낸 것만 인정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임팩트팩터가 있는 SCI-E학술지에 낸 논문도 합계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가령 예전에는 임팩트팩터 3인 SCI논문만 인정했다면 이제는 임팩트팩터 1인 SCI-E학술지나 일정 수준 임팩트팩터가 있는 국내 학술지 등에 논문 3~4편을 낸 것도 동일선상에서 인정하겠다는 것.
B의대 교수는 "SCI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인정하자는 취지"라며 "SCI논문만 능사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특히 진료과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연구 역량을 높이되 합리적으로 정리하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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