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누적흑자 17조 사용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조 개편에 대한 진보단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진보단체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 주최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민주적 개편방안' 토론회에서 건정심 이원화와 공급자 위원 축소 등을 주장했다.
이날 민주노총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과 전 참여연대 이찬진 위원장(변호사)은 주제발표를 통해 건정심을 자문기구로 전환하고, 가입자 중심의 건강보험재정위원회 보험료율 등 의결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진보단체들은 정부 중심의 건정심 운영과 위원 선정과정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가입자 권한 강화를 촉구했다.
건강보험노조 이문희 정책위원장은 "건정심은 자문기구로 존재해야 하며, 거버넌스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가입자위원회(가칭)에 건정심 권한을 이관해야 한다"면서 "가입자 권리찾기를 위해 진료비 청구와 구매결정 사후관리 권한을 건보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실장은 "건정심을 초기 원래대로 재정운영위원회와 건정심으로 이원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뒤로 빠지고 의료계와 환자 갈등을 부추기는 구조로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혜진 실장은 "병원협회와 제약협회가 건정심 위원인 것은 무리가 있다. 산업계 대표와 병원계 대표가 보험료 결정 구조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며 "공익위원 8명 중 정부 측을 제외한 4명은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자 8명을 6명으로 축소하고 공익위원도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변혜진 실장은 "의료계와 정부에서 가입자가 전문성이 없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당연하다. 환자와 가입자는 의료행위 등 전문적인 부분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지난해 가입자 반대 불구 차등수가제 폐지를 보면서 건정심 한계를 확인했다. 이제 건정심 구조 개편을 논의할 시기가 됐다"면서 "의사협회는 왜 2명이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 가입자와 공익 선발 과정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있다"고 비판했다.
남은경 팀장은 "가입자 대표성 강화와 회의록 공개 등 건정심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진보단체 주장을 해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
보험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정부가 뒤로 빠져 갈등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한다. 건강보험은 단기보험으로 한해 지출과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의료기술을 반영하고 있다, 충분한 논의가 바람직한지 이견이 있으나 16년간 운영되면서 문제된 부분은 고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약협회가 건정심에 들어온 것은 건강보험 지출의 26%가 약품비이기 때문이다"라면서 "건강보험법 개정으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국회 보고해야 하는 등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준 과장은 "연간 보장성 강화에 1조 5천 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내년도 보험료율 인상을 동결했다. 2020년 건강보험이 적자 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17조원 흑자분을 모두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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