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인슐린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CGM), 자동인슐린전달시스템(AID) 등 당뇨병 관리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명과 암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당 조절 성과는 확실한 장점이지만, 기기 오작동과 경고음으로 인한 수면 방해 등 환자 불편 문제가 새 화두로 떠오른 것.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게펜의대 에스텔 에버렛 등 연구진이 진행한 '현대 당뇨병 기술과 환자 경험'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21일 게재됐다(doi:10.1001/jamanetworkopen.2026.24260).
당뇨병은 완치보다 평생에 걸친 혈당 관리가 중요한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그동안 CGM과 인슐린펌프는 당화혈색소 감소와 저혈당 예방, 삶의 질 개선 효과가 다수의 임상시험에서 입증되면서 당뇨병 치료의 표준 기술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기존 연구가 대부분 당뇨병 스트레스, 삶의 질, 저혈당 공포 등 표준화된 설문도구를 이용해 효과를 평가, 환자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
에스텔 에버렛 교수 연구팀은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재의 당뇨병 진료 환경에서 환자가 실제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심리·사회적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2024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UCLA 헬스시스템에서 진료받는 성인 제1형 당뇨병 환자 5650명에게 설문을 발송해 이 중 945명의 응답을 모았다.

총 535건의 자유기술 응답에서는 기존 문헌에서 보고된 ▲혈당 관리 부담 ▲기기 알람 피로 ▲경제적 부담 ▲신체 이미지 변화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기존 환자보고결과지표에 거의 포함되지 않았던 환경 부담, 여행 스트레스, 보험 및 기기 교체 행정 부담,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 등 4개의 새로운 상위 주제가 추가로 도출됐다.
분석 결과 환자들은 최신 당뇨병 기술이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기술 사용 경험은 '편익과 부담의 공존'으로 요약됐다.
가장 많은 응답(321건)이 몰린 것은 심리·정서적 영향이었다.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는 반면, 지속적인 데이터 노출 자체가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30대 여성 참여자는 "혈당 수치를 항상 알고 있다는 것이 정보 과부하가 돼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며 "예전 혈당계를 쓸 때보다 숫자를 덜 걱정하기는커녕 더 자주 신경 쓰게 됐다"고 말했다.
기기 정확도와 고장에 대한 불안도 다수 확인됐다. 한 30대 여성 환자는 CGM이 '위험한 저혈당'을 알렸지만 실제 손가락 채혈 결과 혈당이 400이었다며, "만약 경고를 그대로 믿고 대응했다면 당뇨병케톤산증(DKA)에 빠질 뻔했다"고 밝혔다.
상당한 환경 문제도 야기했다. 환자들은 센서와 주입세트, 일회용 플라스틱 부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상당한 양의 의료폐기물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우려했다.
CGM 센서와 인슐린펌프 소모품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부품은 보통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로 CGM과 AID 보급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환경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기기가 예상보다 빨리 고장나거나 센서가 탈락했을 때 제조사와 보험사를 오가며 교체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과정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행정 절차 자체가 환자의 기술 경험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혈당조절이나 TIR 개선만으로는 최신 당뇨병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향후 임상시험에서는 기존의 혈당지표뿐 아니라 환경 지속가능성, 행정부담, 디지털 보안, 이동성 등 환자가 실제 일상에서 경험하는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환자보고결과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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