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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원생의 오사카 시립대학병원 실습기⑦

마새별
발행날짜: 2016-09-23 08:59:12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오사카 시립대학병원 실습기-마지막편

어느덧 2주간의 실습 기간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왔다. 시험기간이지만 일본에 온 만큼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기에 다소 복잡하고 분주한 오사카 시내를 벗어나 고베에 다녀왔다.

같은 조원 친구들은 고베보다는 교토를 다녀올 것을 추천했지만, 개인적으로 고베 포트와 타워 그리고 그 주변의 공원과 같은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처음 생각대로 고베를 다녀오기로 했다.

오사카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약 한 시간 남짓 가야했는데, 중간에 갈아타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있어 표를 사는 옆의 일본 아주머니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비록 영어로 소통이 안 되어 애를 먹었지만 아주머니께서는 최대한 손짓을 이용해서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끝까지 안내해주셨고 덕분에 무사히 고베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일본에 와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길거리의 시민들과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병원 내의 레지던트 선생님들까지 모두들 내게 정말 친절했다.

이게 외국인에게 특별히 베푸는 친절인지 잘 분간이 안 가서 같은 조의 일본인 친구에게 일본 사람들은 참 누구나 친절한 것 같다고 이야기해보니 친구가 의아해하며 별로 동의하지 못하는 듯 해서 재미있었다.

친구가 느끼기에는 그다지 일본인들이 친절하지 않다고 하는데 내가 느낀 바로서는 너무 친절해서 내가 몸둘 바를 모를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고베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생각보다 작은 도시여서 외국인으로서 별다른 계획 없이도 처음 여행하기에 참 편리했다.

이국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기타노이진칸부터 이전 고베 대지진의 쓰라린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조성해 놓은 공원까지 작지만 한 번 쯤 와 볼만한 곳임에는 틀림 없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바쁘게 공부해야 했을 주말이었지만, 실습을 핑계 삼아 이곳 고베까지 와서도 분주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드넓은 공원에 누워 5월의 따스한 날씨를 꽤나 오랜 시간 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처음 일본 실습을 가기 위해 지원서를 작성할 당시에 시험 기간이라 지원서 쓰는 시간 마저도 아까워서 여러 번 망설였었는데, 그 때 조금의 불편함과 귀찮음을 감수한 덕에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는구나라는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실습을 하면서, 한국에서의 일상에 비해 참으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으로서 방문 실습인 탓에 같은 조원들에 비해 부담이 덜 했기 때문에 더 여유롭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으나 나로서는 새로운 환경에서 한 템포 쉬어가며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매우 뜻깊은 기회였다.

그리고 매번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경험만 하다가 외국에 나와보니 다른 병원에서 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을 하면서 소화기 내과 교수님이자 이 곳 오사카 시립대학의 학장님이신 분과 함께 식사를 할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쭤보셨다.

또 해외 학회를 다니시면서 왜 수많은 아시아인들 중에 일본인들만 유독 영어를 그렇게 못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한국에서는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셨다.

아무래도 일본 학생들은 일본어로 된 교재로 공부를 하고 또 병원에서도 영어가 아닌 일본어 위주로만 사용하는 등 자국에 특화된 체제를 갖추고 있어 오히려 학생들이 졸업 후에 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고려하는 경우가 매우 적은 것 같다고 느껴졌다.

2주간 익숙치 않은 일본어와 병원 실습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조원들에게 매우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함께 환자를 보면서 2주에 걸쳐 작성했던 환자들의 progress note를 추합하여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치료 과정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다시 종합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편의점 음식들 마저도 너무 맛있어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걱정 하나 없이 식도락 여행을 한 것만 같은 기분까지 들었고, 여러 모로 뜻깊고 기분 좋게 오사카에서의 실습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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