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회 이국현 이사장(서울대병원)은 지난 해 하루가 멀다하고 국회를 드나들었다.
주말까지 당직을 설 정도로 바쁜 그가 수도 없이 혜화동(서울대병원 위치)에서 여의도(국회)를 찾은 이유는 뭘까.
2일 마취통증의학과 의국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국현 이사장
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최동익 의원이 마취전문간호사 마취를 법제화 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마취통증의학회는 발칵 뒤집혔다.
지난 2010년 대법원에서 간호사의 척추마취 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 간호사의 마취행위를 위법하다는 판결 이후 간호사의 마취행위에 대해 불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마취전문간호사의 역사는 마취과 전문의사 부족하던 지난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962년 첫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배출했던 당시 마취과 전문의가 부족하다보니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마취 행위를 허용해왔다.
하지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증가하는 등 시대가 변함에 따라 마취전문간호사는 매년 감소했고, 지난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점차 소멸될 분위기였다.
앞서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진료보조행위라고 유권해석 해왔던 복지부도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최동익 의원이 소멸 직전의 마취전문간호사 제도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이국현 이사장은 "마취를 전공하지 않은 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는 위험하다"면서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미용성형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의료관광객의 의료사고 원인이 마취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전했다.
그후로 이 이사장은 일주일에 서너번씩, 국회를 찾았다. 환대를 받지 못하는 날도 많았고 의원실을 찾았다가 못만나고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노력에 대한 댓가일까. 최동익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지난해 폐기됐다.
하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이 이사장은 "간호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계속해서 법안 상정을 준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라면서 "폐기된 법안은 또 다시 상정할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의 마취행위 여전한 것도 문제다.
그는 "병·의원급은 아직도 전신마취, 척추마취, 수면마취 등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진 혹은 간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여전하다"고 전했다.
그는 "시대적으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충분하기 때문에 국민도 안전하고 질 높은 마취를 받을 때가 됐다"면서 "현실에선 여전히 다수의 환자가 마취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올해 60주년을 맞아 발간하는 백서에 이 같은 내용을 상세히 담았다.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서다.
이국현 이사장은 "학회의 노력이 환자의 치료와 안전사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환자안전의 근거를 마련, 이를 강조하며 국회를 거듭 설득했던 내용을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마취통증의학회는 환자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수술시 마취로 제한했던 것을 수술전후 환자 방문, 수술 후 통증관리, 만성통증 관리, 중환자의학 및 응급의료환자 필수 인력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요양병원 환자의 치료에서도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진료지원부서의 개념에서 벗어나 진료과로서의 주체성을 확립해 나가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도 수술시 마취 이외 타 전문과목과 팀으로 구성, 수술 후 환자 통증관리 등 환자 관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진료 영역확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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