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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일률적 삭감행태 맞선 요양병원들 '승소'

박양명
발행날짜: 2016-11-09 12:15:03

행정법원 "병원 환자평가표 뒤집고 신체기능저하군 판단은 증거 부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융통성 없는 삭감에 요양병원들이 법으로 맞서 승소했다. 법원은 최근 잇따라 심평원의 일률적인 삭감 행태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홍진호)는 최근 서울과 천안에 있는 요양병원 3곳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삭감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 병원은 입원 환자에 대한 요양급여비 심사를 청구했는데, 심평원은 "타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 및 원외처방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환자들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평가하고 요양급여비를 삭감했다.

삭감액은 서울 M병원 1억2871만원, O요양병원은 1656만원, 천안시 C요양병원은 6752만원이었다. 총 금액만 2억1279만원에 달했다.

삭감 근거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 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제3편 제2부 '요양병원 환자군 급여목록 상대가치점수 및 산정지침이다.

이에 세 요양병원은 "지침에 따르면 환자군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 여부가 아닌 환자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심평원이 일률적으로 환자들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평가한 다음 요양급여비를 삭감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심평원은 "지침의 상위 법령인 요양급여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며 "병원들은 진료상 필요가 아닌 단순 피로 회복, 통원 불편 등을 이유로 입원 지시를 했기 때문에 환자군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요양병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심평원은 요양병원이 작성한 환자평가표 등을 기초로 지침에서 정한 환자군에 해당하는지 심사하고 환자군에 따른 요양급여비를 인정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요양병원들이 작성한 환자평가표를 보면 환자들의 환자군은 '의료고도' 또는 '의료중도'로 분류돼 있었으며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점수도 13~20점이었다.

재판부는 "병원들의 환자평가표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입원기간 동안 다른 요양기관에서 진료를 받거나 약제를 처방받은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환자군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 없이 일률적으로 모든 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에 해당한다고 봐 삭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체기능저하군으로 평가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대해 심평원은 증명할 책임이 있는데, 심평원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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