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대한의학회의 관심에 힘입어 급물살을 탄 노인세부전문의가 수정, 보완을 거치면서 무용론이 부상하고 있다.
당초 의학회는 사회적 요구가 높은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논의를 거듭할수록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최근 대한의학회 정지태 부회장(세부분과전문의제도 인증위원회 위원장·고대안암)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노인세부전문의와 관련해 지난 4월에 비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게 사실"이라면서 "굳이 세부전문의가 필요하느냐라는 회의론이 거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학회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했었지만 이후 서류미비로 수정보완을 거치면서 반대여론이 급부상했다"면서 "노인세부전문의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조차 애매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아직 결론난 것은 없으며 올 가을까지 준비하면 내년이라도 시행은 가능하다"고 논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시대 속 왜 노인세부전문의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 부회장에 따르면 세부전문의에 대한 구체적인 수련 계획은 물론 그들만의 차별화된 역할(role)을 제시 못하는 실정이다.
1차의료를 책임지는 개원의 95%가 전문의이며 노인진료 관련 인증의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데 굳이 세부전문의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오히려 세부전문의 제도를 만들면 기존에 노인진료를 잘하고 있던 의료진에게는 진입장벽만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실제로 신경과학회 이병철 이사장(한림대성심병원)은 "학문적 목적이 아닌 '세부전문의'라는 타이틀만 하나 더 만들어서 수련기간만 길어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미 각 분야별로 노인의학으로 쉬프팅되고 있으며 개원가에서 가정의학과 등 전문의들이 모두 제역할을 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세부전문의가 필요하냐"고 되물었다.
이 이사장은 불필요한 타이틀은 현재 전문의 분류체계나 졸업후교육 등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현실적으로 수련과정에 있어 타과의 협조를 얻기 힘든 상황이라고 봤다.
정 부회장은 "세부전문의 제도 취지 자체가 심화된 영역에 대해 세분화된 전문분야를 맡아줄 의사를 양성하자는 것인데 노인의학은 워낙 광범위해서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가자 노인세부전문의를 강하게 주장했던 노인병학회에서는 다른 대안을 방안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노인병학회 장학철 이사장(분당서울대)은 "반대여론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는 세계적 추세로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만약 세부전문의가 무산되면 정부 주도로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세부전문의가 아닌 별도의 전공과목이 생길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미 잘하고 있는데 왜 만드느냐는 주장은 '노인의학'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주장"이라면서 "학회 차원에서 추진할 순 없지만 영국 등 다른 국가처럼 별도의 과 신설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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