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 최종 인가 결정을 내리면서 의료계에는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 삼성 등 대기업이 병원계 진출한 이후 대학병원은 물론 병원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듯이 롯데라는 대기업의 요양병원 진출 또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변화의 핵심에 있는 보건의료계는 우려와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일단 복지부와 시민단체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복지부는 호텔롯데 측이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향후 의료기관 인수, 합병 관련 제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시민단체도 대기업의 요양병원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상임대표는 "이런 식으로 대기업의 병원 진출을 열어주는 꼴은 맞지 않다"면서 "비영리 의료법인을 영리목적으로 이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늘푸른의료재단 의결권을 지닌 이사회를 구성하는 권한을 얻게 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병원 운영에 관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해온 기업이 의료행위를 통해 영리를 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듯 전국에 보바스 네트워크를 구축, 의료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김 상임대표는 "병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롯데 측이 사회공헌만을 위해 의료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한 개원의는 "물론 처음부터 영리화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속내를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의 요양병원, 검진센터 등을 설립하고 덤핑을 시작하면 자칫 의료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반면 병원계는 중소병원의 퇴출구조 전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복지부 측이 인수, 합병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났다.
시민단체가 의료영리화에 대해 우려하는 것과 달리 병원계는 기존보다 더 강력한 규제책이 나오는 게 아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료재단연합회 김철준 정책이사(유성웰니스재활전문병원장)는 "앞서도 부여중앙병원의 경우 건양대병원 즉, 학교법인에서 인수해 잘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있듯 이번 사례도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이를 계기로 정부가 인수합병에 대한 또 다른 규제방안을 제시한다면 더욱 음성적인 거래만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도병원회 정영진 회장 또한 "이번 사례 하나로 의료영리화가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면서 "오히려 의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롯데 측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규모를 확장하면 지역 내 병원은 타격이 있을 수는 있다고 봤다.
또 다른 병원계 인사는 "이미 의료소비자인 환자는 좋은 병원과 나쁜 병원을 판단할 만큼 성장했다"면서 "만약 롯데가 병원을 통해 영리화를 추구하려 한다면 곧 망할 것이다.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경영권을 획득한다고 기존의 병원이 악마로 돌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차단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환자안전·의료서비스 질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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