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여름 같은 날씨가 빨리 왔지만 코타키나발루는 이보다 더 덥다고 해서 여름옷들을 좀 더 빨리 꺼냈다.
며칠 안 될지라도 수영도 하려면 용도에 맞게 이것 저것 챙길 것이 많아서 준비를 하다보니 더 분주해졌다.
코타키나발루 하면 반딧불 투어 얘기가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이제 보기 힘든 반딧불들을 그곳에 가면 한 가득 볼 수 있다고 하여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반딧불만큼 모기가 엄청나다는 얘기에 모기패치를 사야 하나 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한여름이 아니라서 구하기가 어려웠다.
얇은 옷과 수영복 등 꼭 필요한 물건들 외에는 최대한 가방을 가볍게 하고 가고 싶어서 이것저것 챙기고 싶은 욕심은 고이 접어두었다.
말레이시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음식을 좀 싸가야 하나 싶었지만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인데다 여행의 즐거움은 현지 음식 체험에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 역시도 그만 두기로 했다.
학기 중의 짧은 연휴에 가는 여행인 만큼 몸도 마음도 가볍게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공항으로 가는 길은 늘 즐겁다. 혼자서 업무 차 가는 길이면 어떨지 아직 감이 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좋은 사람과 함께 떠나는 길이라면 설렘을 주는 것 같다.
빠진 것이 없는지 수도 없이 확인을 한 후 비행기 시간 전 넉넉하게 계산을 해서 집에서 나섰다.
코타키나발루행 비행기는 보통 대부분 밤 비행기여서 일과를 마치고 기내에서 한숨 자면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자야 하는 시간에 비행기를 타서 인지 몸이 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공항에는 여러 항공기로 동남아로 떠나는 저녁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잠을 푹 자지 못하고 뒤척이면서 가서 그런지 6시간의 비행이 예상보다 길게 느껴졌고, 조금 잠에 들려나 싶을 무렵에 곧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벌써부터 힘들어서 쉴 수 있는 휴일에 괜히 왔나 싶었지만 엄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뿌듯해졌다.
도착하니 코타키나발루의 더운 바람에 잠시 놀랐지만 이내 곧 맞게 될 여름을 미리 만났다는 생각을 하니 적응이 되었다.
공항은 막 착륙한 한국 관광객들로 북적여서 이곳이 아직도 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지만 입국심사 후 밖으로 나오니 아까보다 더 더운 공기가 밀려들어와 '아, 여기가 정말 휴양지같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가 가까운 시각이라서 미리 숙소에 요청해 둔 픽업 서비스를 찾았고, 현지 유심을 구입해서 바꿔 낀 후 차를 타고 첫 숙소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또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라 여행지의 풍광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아직 몸이 피곤한 상태였기에 내일 일어나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도착해서 바로 잠만 잘 곳이라 그리 좋지 않은 숙소로 예약했지만 직원분들도 친절해서 여행객들이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친절함을 칭찬했던 얘기들이 떠올랐다.
이번 여행에서 매일 계획은 굳이 서두르지 않고 눈이 떠질 때 자연스레 일어나서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이곳의 정취를 맘껏 즐기다 오는 것이었기에 잠들 때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특히 태양이 지는 썬셋이 유명하다는 이곳에서 최대한 비를 피해서 맑고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17년의 여름이 오기 전 엄마와 하는 여행.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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