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에서 1위 독주 체제를 구축한 일동제약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웅제약 디에타민(성분명 펜터민)이 2억 대로 매출 격차를 줄인 데다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펜터민 성분 품목들이 성장하면서 '안전성' 대신 '효과' 쪽으로 처방 패턴이 기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IMS헬스의 비만약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분기 대웅제약 디에타민이 24억 1732만원의 매출을 기록, 26억 8021만원을 기록한 1위 벨빅과의 격차를 2억원 대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출시된 벨빅은 지난 2010년 부작용 문제로 퇴출된 식욕억제제 리덕틸의 공백을 메꾸며 현재까지 독주 체제를 꾸려왔다.
벨빅은 세로토닌2C 수용체(5-HT2C)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심혈관계 부작용 등을 회피하면서 식욕억제와 포만감 증대를 유도함으로써 체중 감량 효과를 얻는다.
벨빅의 체중감소 효과는 타 약물 대비 다소 떨어지지만 2년간의 장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 장기 처방이 가능하고 부작용이 덜하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평.
반면 디에타민과 같은 펜터민 성분은 비만의 조절시 단독 요법으로 단기간 사용이 명시될 정도로 체중 감소 효과가 부각된 의약품이다.
벨빅과 디에타민의 경쟁은 단순히 업체간 품목 대결이 아니라 처방 패턴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삭센다 등 신제품 출시와 콘트라브의 코마케팅 등에도 불구하고 매출 상승폭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성분에 집중되고 있다.
펜터민 계열 28개 품목의 올해 2분기 총 매출액은 98억 709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올해 2분기 20억원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한 휴온스 휴터민 역시 펜터민 성분.
펜디메트라진 계열 13개 품목 역시 2분기 총 44억원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성장했다.
반면 벨빅은 2분기 26억원 매출로 34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1% 매출액이 감소하며 1위 수성이 위태롭게 됐다.
비향정신성의약품인 광동제약 콘트라브(성분 부프로피온,날트렉손)도 안전성에 강점을 보인 비만약이지만 동아ST의 영업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2분기 11억 8361만원으로 전년 동기 11억 9933만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지방흡수차단제 계열 성분 올리스타트도 안전성에 방점을 찍은 약물이지만 작년과 올해 2분기 모두 46억원 대에 머물면서 현상 유지에 그쳤다.
안전성을 강조한 품목 보다 효과를 강조한 품목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
비만연구의사회 관계자는 "리덕틸 퇴출과 새로운 비만약의 등장으로 비만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비만약 시장이 확대되면서 다빈도 약물인 펜터민 제제가 수혜를 입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벨빅이나 콘트라브의 한달 기준 약값이 4배 정도 비싸다는 점도 처방 패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처방 가능한 벨빅이나 콘트라브가 체중 감소 후 유지 요법으로 사용되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런 인식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벨빅이 시장 선점 효과가 있었지만 출시 3년이 지났고, 새로운 비만약이 추가되면서 신약 출시 효과가 다소 떨어졌다"며 "벨빅이나 콘트라브 보다 펜터민 계열이 효과가 뛰어나고 대체로 가격이 낮다는 장점이 있어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과거 비만약 시장을 펜터민이 장악했지만 벨빅이 출시되며 신제품 출시 효과를 누린 것도 있다"며 "후발주자들의 진입과 경쟁 구도 속에서 균형이 맞춰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경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 자체 집계로는 작년 2분기 20억 매출에서 올해 2분기 24억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매출 집계 방식에 따라, 시점에 따라 매출액이 상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디에타민은 환자들의 가장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성장 동력이 풍부하다"며 "현재와 같은 성장세라면 3분기 1위 달성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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