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은 상황이 그나마 낫다. 지방 정신병원은 진료실에 창문조차 없는 곳이 상당수다."
보건복지부가 고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관련 재발 방지를 위해 '진료 의료인 보호 방안' 마련을 약속했지만, 일선 의료계는 냉랭한 반응이다.
보호 방안으로 거론된 진료실 내 대피통로 마련 등은 지방의 정신병원들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정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4일 메디칼타임즈가 지방 주요 정신병원 외래 진료실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의 진료실이 대피공간은커녕 창문조차 없는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실제로 한 지방 A정신병원 외래 진료실의 경우 창문조차 없는 한 평 남짓한 진료실에서 환자를 상대하고 있었으며, 다른 외래 진료실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임시로 삼단봉을 구비해 놓은 곳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일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복지부가 사건 재발 방지책으로 내놓은 '진료 의료인 보호 방안'을 어떻게 바라볼까.
앞서 복지부는 관련 법 개정 이전에 진료 의료인 보호 방안으로 진료실 내 대피통로(후문) 마련, 비상벨 설치, 보안요원 배치, 폐쇄병동 내 적정 간호인력 유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수도권 A정신병원에 근무 하는 한 정신과 봉직의는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은 모르겠지만 지방의 일반 정신병원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대피통로가 무슨 말인가. 지방 정신병원 외래 진료실은 창문 하나 없는 방에서 운영되는 곳이 상당히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사건이 터진 후 임시로 삼단봉을 구비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하는 의사들이 많다"며 "창문도 없어 환기되지 않는 진료실이 많다보니 방향제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알코올 환자 외래가 많은 탓에 방향제가 필요한 건데 여기에 호신용 장비가 외래 정신과 의사들의 필수장비가 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지방 정신병원들은 정부가 진료실 내 대피통로 마련을 위한 재정적 지원의사도 내비쳤지만 현실화할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 모습이다.
지방의 B정신병원장은 "스프링클러의 경우도 정부는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더니 결국에는 병원들이 부담을 떠안은 형국"이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설령 진료실 대피통로마련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해도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정신병원장은 "이번 의사 사망사건 이전에도 경찰관이 조현병 환자에 의해 사망하기도 했다. 더불어 강릉에서는 10년 이상 진료하던 환자에게 살해 협박을 받다 망치로 테러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며 "다행히 망치를 피했지만, 지방 정신병원은 이러한 일이 알게 모르게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최근에 벌어진 일인데 이번 사건처럼 관심을 덜 받았다. 이전에 이렇게 관심을 받았다면 이번 일을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며 "제도적 방안 등을 정부에서 말하지만 결국에는 법적 테두리에서 보호받고 정신질환자들이 퇴원 후에도 제대로 진료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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