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당시 범죄 증가를 우려하지 않았나. 정부의 탈원화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고 임세원 교수를 향한 애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복지법'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탈원화 정책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전후를 둘러싸고 우려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김지민 회장은 "수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됐다“며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고 결국 환자 자신과, 사회의 안전망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의사들의 우려는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17년 5월 30일부터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자의 입원 요건을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을 시행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복지부가 법 시행 1년을 맞이해 공개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4월 30일 기준으로 자의 입원은 41.6%(2만 7877명)에 그쳤지만 2018년 4월 23일 기준, 자의 입원은 62.9%(4만1794명)로 급증했다.
반면, 비자의 입원은 2017년 4월 30일 기준으로 58.4%(3만 9081명)에 달했지만, 2018년 4월 23일 기준으로 37.1%(2만 4029명)까지 줄었다.
결국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 증가, 소위 '탈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한 정신의학의학과 봉직의는 "이번 사건은 정부의 탈원화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법 시행 전‧후로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하지 않았나"라며 "퇴원한 환자들을 받아들일 사회 복귀시설도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법 시행을 강행했다. 오갈 곳이 없는 환자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 먼저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법이 시행된 지 횟수로 벌써 2년째"라며 "탈원화 정책에 따라 늘어난 퇴원한 환자를 외래치료로 올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법적 효력이 전무한 상태"라고 문제를 꼬집었다.
더불어 의료계는 복지부가 정신건강복지법 보완을 위해 추진 중인 '정신응급 대응체계 개선안'을 두고서도 뒤늦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최근 정신질환자의 응급 입원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신응급 대응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고 일선 단체 및 병원들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진행해왔다.
특히 복지부는 개선안 추진 이유로 '최근 치료를 중단한 조현병 환자 등 범죄로 사회 안전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수도권의 B정신병원장은 "법 시행 이후 탈원화 가속으로 응급상황이 더 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복지부가 시급하게 마련한 것 아닌가"라며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도 "만약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만 받는다면 일반 대중들보다 위험할 증거는 없다. 다만, 외래로 오지 않는 환자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응급상황이 터진 다음에는 순식간에 이번 사태와 같은 사망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 응급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 시행 전‧후로 학회와 병원들을 중심으로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지 않았나. 당시 법 개정을 외쳤던 인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며 "환자의 인권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시 범죄 발생에 대한 문제를 우선 보완한 뒤 시행했어야 한다. 탈원화를 추진했으면 이들이 갈 수 있을 인프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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