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수련 실태조사서 전공의 절반 이상 "교육 불만족" 가정의학회 수련환경평가 기준 개정…'응급실 지도전문의' 패널티 추진
현재 응급실 가정의학과 수련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가정의학과 전공의 구속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응급실 파견됐을 때 인력 메우기식으로 당직을 서거나 방치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수련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말 수원 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성남 A병원 의사 3명을 법정 구속한 바 있다. 구속 사유는 8세 환자의 탈장을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
이에 당시 성남 A병원에 근무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명, 가정의학과 전공의 1명 총 3명이 법정구속 됐다.
이를 계기로 대한가정의학회는 현재 응급실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를 대상을 실태조사를 실시,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가정의학과 전공의 10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3일까지 이뤄졌으며, 대다수 13개 과목 이상인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가 답했다.
또한 각 연차별 응답률이 1년차 33.3%, 2년차 34.3%, 3년차 32.4%로 연차별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먼저 응답자 105명 중 87.6%인 92명이 수련 중 응급실 당직을 선다고 응답했으며, 응급실 당직의 형태는 ▲소속 수련 병원 타과 파견 시 응급실 당직 실시 ▲응급의학과 파견 과목이 마련 ▲가정의학과 당직 시 응급실 당직 ▲외부병원 다른 과 스케줄로 파견나갈 때 응급실 당직을 소는 조건이 있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대개 가정정의학과 전공의 1년차 때 응급실 당직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응답이 이뤄졌으며, 3년차의 경우 아예 당직을 서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가 68명이었다.
특히, 이번 설문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응급실 파견이나 당직을 설 때 지도전문의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응급실 파견이나 당직을 설 때 지도전문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전공의 3명중 1명이 '실질적인
지도전문의의 역할은 없다(29.3%)'고 답했다.
또한 절반 이상인 55.4%는 '응급실 현장에 지도전문의가 없지만 어려운 환자의 경우 전화로 상담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59.8%가 '응급실 진료 시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지도전문의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전공의가 지도전문의에게 도움을 청하는 정도에 비해 지도전문의로부터 받는 감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높게 나타나 전공의들이 응급실 수련 당시 지도전문의의 도움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실 수련 중 지도전문의의 감독 빈도의 충분성'에 대한 질문에 ▲매우 불충분(41.3%) ▲불충분(21.7%) 등으로 나타나 절반 이상이 불충분하다고 했으며, '응급실에서 전공의가 환자를 돌보는 경우의 감독' 문의에도 ▲매우 부적절(32.6%) ▲부적절(30.4%) 등으로 63%가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은 응급실 수련에 대한 만족도에도 연결돼는데,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매우불만족'(32.6%)과 '불만족'(35.9%)에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전공의들이 수련 불만족에 구체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당직이 수련 개념이 아닌 스케줄 메우기' 등이 언급됐다.
구체적인 불만족 사항 질문에 '다양한 환자를 보는 점은 좋으나 책임 소재의 불분명해져 위험하다', '교육을 해주지 않고 어떻게든 나이트 당직을 메우는 시스템', '오직 전화로만 지도전문의가 감독하고 전화도 안 받아 교육이 전혀 안됨', '응급실 파견은 교육보다 인력 대체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등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응급실 파견이나 당직이 단순히 전공의가 없는 과나 당직을 설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만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교육의 의미가 떨어진다는 것.
다만, 수련 불만족도와 별개로 대부분의 전공의는 가정의학과 수련 중 응급실 파견이나 당직 경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당직경험의 필요성에 '매우필요‧필요‧보통'을 합쳐 83.9%가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응급 상황 감별 ▲추후 진로 응급실 선택 ▲더 많은 케이스의 경험 등을 꼽았다.
응급실 수련 실태조사를 실시한 가정의학회 박연철 수련 간사(연세대 원주의대)는 "전공의 모두에게 답변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병원 내에서 피교육자가 아닌 값싼 노동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수련환경과 관련해 인프라 등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가정의학회 차원에선 올해부터 수련환경평가 기준을 개정해 수련 환경 개선에 앞장선다는 입장이다.
바뀐 수련환경평가 기준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E-1-2. 환자 안전 항목에 시범적으로 '응급실 당직 시 지도전문의 감독 여부'를 5점 배점으로 도입해 지도전문의의 감독 유무와 도움을 받는 정도를 실태조사를 통해 판단할 계획이다.
가정의학회 심재용 수련이사(연세의대)는 "실태조사 이전에는 '응급실 수련이 필요없다'는 응답이 높을줄 알았지만 긍적적인 답변이 많았다"며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학회의 의지가 강하고 응급실 수련 시 위험에 노출된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심 수련이사는 이어 "전공의 정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련환경평가에 패널티를 넣은 것은 학회 차원에선 강경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수련기관에 전달하고 당직 지도전문의의 교육 또한 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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