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강남역 사건, 2018년 경북 경관 사망사건,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어 최근 진주 방화살인사건의 공통점은 치료가 중단된 이후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환자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련의 사건에 대해 전문가적 견해와 함께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 서울대병원)는 "후진적 정신질환자 관리체계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한다"며 "현재 시스템에선 이와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학회에 따르면 이번 진주 방화 살인사건에서 피의자의 형 안모씨는 증상이 악화된 동생의 입원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다.
현행법상 보호의무자 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에서 후견인 혹은 부양의무자를 보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직계혈족 혹은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 대해 입원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안씨의 형은 동생의 강제입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경찰관도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진단 및 보호의 신청을 요청할 수 있지만 막상 의료현장에서는 경찰관 단독으로 이를 수행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이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과 보호조치를 할 수 있지만, 신고가 들어왔을 땐 어렵다며 돌아갔다.
경찰관 눈앞에서 자타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민원과 행정 소송을 염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도 가능하지만 보호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는 진행이 어렵고,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상당수 보호의무자의 포기각서를 요구해 현실적으로 입원이 안된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도 어머니와 형이 있어 행정입원이 어려웠다.
강제입원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현실로 이어지기는 더욱 어렵다. 강제입원은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가 신청해야하고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가능하다보니 입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 이번 사건의 피의자처럼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 는 본인이나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없이도 심사를 거쳐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관할 보건소에 통보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작동하지 않았다. 환자가 거부하면 외래치료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들은 사법입원을 도입하고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을 '임세원법'에 담고자 했지만 이는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신과봉직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정신질환자의 반복된 범죄는 잘못된 제도와 국가의 무관심이 만든 비극"이라며 "2년전 전문가의 경고를 묵살하고 졸속으로 시행한 정신건강증진법의 결과로 인재"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대안으로 사법입원제도, 외래치료명령제, 지역사회 중증정신질환자 관리를 통합한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법원, 복지부, 학회, 환자, 가족단체가 함께하는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추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학회는 "중증정신질환 초재발급성기 환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안전행정체계와 더불어 급성기 및 재활기 정신의료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타해 위험 중증정신질환 상태에 대한 사법입원·외래·지역사회 의무치료제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지속적치료와 탈원화 및 지역사회 회복 촉진을 위한 지역정신보건인프라와 정신장애인 복지인프라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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