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골관절염 유전자 신약 인보사가 결국 퇴출됐다. 식약처는 28일 인보사를 허위자료 제출로 결론내리고 허가취소를 결정했다. 동시에 고소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책임을 제약사로 돌리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충분한 검증없이 의약품을 허가한 만큼 식약처도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다.
국산신약 퇴출사례는 이번이 세번째다. 왜 반복될까? 공교롭게도 최근 신약개발을 하고 있는 대학병원 교수를 밀착 취재하면서 우리나라 신약개발의 민낯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과거와 현재 모두 여전히 신약개발의 초기 검증과정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폐암약 올리타뿐 아니라 B형 간염약 레보비르 사건 모두 기초 단계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그로 인한 결과는 모두 퇴출이었다. 초기 후보물질 검증과 기초임상은 될성부를 신약을 고르는 첫 단계인만큼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속도전에 집중한 나머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심각성은 최근 퇴출된 올리타에서 더 잘나타난다. 많은 폐암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올리타 구조식조차도 보지 못했다는 것. 이 또한 기초연구의 부재임을 반증한다. 기초연구 결과를 본 의사도 없다는 입장이고, 논문에 실린 것은 더더욱 보지 못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런 미성숙한 현상은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것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전문가 위원회나 기초임상연구위원회의 조언을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개발하고 조기에 판매하는 전략에만 꽂혀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제대로된 검증위원회를 두고 전문가 목소리를 들눈 절차가 사실상 없다보니 개발은 빨라지지만 결국 제대로된 신약개발은 어렵다. 많은 약들이 개발 과정에서 퇴출되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레이저티닙이 주목받는 이유는 효과를 떠나 우선 충분한 검증이고 이를 국제학술대회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각종 의약품 관련 임상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총 사령탑인 식약처의 행정 처리도 문제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이번 사태가 허가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면에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업무 절차에 미FDA 방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지만 행정절차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미국은 의약품 임상인허가에 많은 인력을 배치해 현미경 심사는 물론 상시 컨설팅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실패율을 낮추지만 우리는 몇명이 도맡아 하고 있다. 게다가 전문성도 떨어진다.
임상기준 및 신약허가를 의해 접수되는 서류가 잘못되더라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 미 FDA에 근무경험이 있는 한 임상신약개발 전문가는 "한국의 식약처의 업무는 전문성도 떨어지고 인력도 부족하다. 개선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인보사 사태는 신약개발 생태계의 낮은 이해와 인허가 과정의 허술함이 빚어낸 예고된 사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심히 신약개발에 앞장서는 제약사와 연구진들의 사기는 꺽지않으면서도 철저하게 검증하는 과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 이상 반짝 등장하다 퇴출되는 시한부 국산신약이 나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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