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커스]학회들 무난한 개선 평가…산업도 마찬가지 자부담 비율 삭제·이월 규정 긍정적…의협 인정 규정 논란
최종안만을 남긴 학술대회 지원기준 개선안에 대해 의학회와 후원 제약사들이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규모별로 온도차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학회들은 국내 학회 개최시 자 부담율을 없애고 잉여금 반환 조건을 없앤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의 인정 기준이 관건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제학회 기준 강화…상당수 학회 "무난한 개정" 평가
보건복지부는 최근 학술대회 지원기준 개선 방안 초안을 공개하고 의료계와 산업계 등을 대상으로 최종적인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개선안은 국제학술대회 기준 강화와 국내 학술대회 현실화, 해외 학술대회 참가 지원 규정을 골자로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부분에 대한 대대적 개정이 이뤄졌다.
우선 국제학회로 인정받기 위한 규정으로는 참가 해외 국가와 참가자수가 강화됐으며 지원금에 대한 사후 관리 체계를 보완한 뒤 대한의사협회, 의학회가 인정하는 학회라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국내 학회 현실화 방안으로는 자부담율 삭제와 잉여금 반환 조건이 핵심으로 기부금 외에 부스와 광고비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해외학회 참가 지원 방안은 오히려 자율권을 부여했다. 식비와 현지 교통비를 정액으로 지원한다는 조항 외에는 각 단체에서 협의를 통해 기준을 마련하도록 여지를 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대다수 학회들은 무난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지금도 충분히 지켜지고 있는 조건들이며 무늬만 국제학회가 늘고 있다는 오명을 씻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전문과목 학회인 A의학회 이사장은 "국제학회 기준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5개국 이상 50명 이상의 연자도 없이 국제라고 단어를 붙이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대다수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학회들은 전혀 문제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의사 몇 명이 모여서 말도 안되는 학회를 만들고 이름만 그럴듯하게 붙여서 제약사를 반 협박하는 구태의연한 악습은 이제 없어져야 하지 않느냐"며 "의학회 인증을 받지 못한 학회라면 이번 기회에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국내 학회 현실화 방안이 추가된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학회에 대한 강도높은 제재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국제학회로 전환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학회 지원 기준과 공정경쟁규약이 개정된다면 굳이 국제학회로 무리하게 전환했던 학회들도 내실있는 국내 학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예측이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자부담율 조항이 삭제된 것과 잉여금 반환 조건이 없어진 것은 국내 학회로 회귀하는데 큰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전문과목 학회인 B의학회 회장은 "솔직히 우리 학회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춘, 추계 학술대회로 제법 풍성하게 진행이 됐지만 공정경쟁규약 등으로 인해 무리하게 연 1회 국제학회를 개최한 측면이 있다"며 "물론 우리는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지만 어쩔 수 없이 국제학회로 선회했던 곳들은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가장 큰 문제가 회비로 자부담 비율을 맞추는 것과 잉여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는 점에서 굳이 무리해서 국제학회를 열 필요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말 그대로 '제로'를 맞추느라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부분들이 일정 부분 해소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제약사도 긍정적 평가…일부에선 불필요한 규제 지적도
이에 대해 제약산업쪽에서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문제가 될 만한 내용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오히려 모호했던 부분들이 정리됐다는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다국적 제약사 임원은 "이번 개선안을 규제의 강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굳이 다른 국가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오히려 우리나라가 과도기를 겪으며 애매하게 정리돼 있던 학술대회 지원 기준을 잡은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글로벌(다국적) 제약사의 CP(Compliance Program)가 이번에 나온 국제학술대회 지원 개선안보다 훨씬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며 "국내 제약사라면 몰라도 글로벌은 이미 이러한 안이 나오기 전부터 더 높은 기준 아래서 학회 지원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선안에 불필요한 규제들이 들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제학술대회 평가 기준 등의 조정은 이해하더라도 굳이 제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명시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의협과 의학회 승인을 받아야만 국제학회를 열 수 있다는 문구와 기부금에 대한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상태다.
의학회 정식 학회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개원의 중심의 학회는 이에 대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학술 모임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다.
개원의 중심의 C학회 전임 회장은 "의학회 자체가 교수들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개원의 학술단체에는 상당히 야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들이 모여 노하우를 공유하는 학술 모임을 갖겠다는데 이를 승인받아야 한다는 건 오히려 공정과 거리가 먼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한 개량 신약이나 도입 신약, 복제약 등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제약사들의 입장에서는 혹여 마케팅에 제약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개선안에서 제약사의 기부금 외에 부스 설치, 책자 광고 등을 금지한 조항이 신설되고 학회와 제약사간 별도의 직접 계약을 금지한 것을 두고 혹여 주력 품목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잃을까 두려움을 보이고 있는 것.
국내 D학회 마케팅 관계자는 "쉽게 말해 삼성그룹은 기부금을 내고 삼성 로고만 나가도 충분한 홍보가 되지만 중소기업은 주력 제품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알리지 못하면 마케팅의 의미가 없다"며 "이번 개선안이 어떻게 영향을 줄지 고민과 검토가 필요할 듯 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등은 당연히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며 일부의 지적은 오해에서 불거졌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정상적으로 학술활동을 이어가는 학회, 의사회들은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을 넘어 더욱 안정된 운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겸 대한의학회 정책이사인 이우용 교수(성균관의대)는 "변칙적인 방식으로 국제학회를 만든 학회, 의사회들은 타격이 있겠지만 정상적인 학술활동을 하던 곳들은 오히려 훨씬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며 "그러한 변칙적 학회나 의사회들을 위해 규정을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의학회 산하 학회들은 의학회에서, 나머지 학회나 의사회 학술대회는 의협에서 심사한다는 점에서 개원의 학술대회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기우로 보여진다"며 "규정에서 명시한 최소한의 학술활동만 인정되면 학회를 개최하는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일부 제약계에서 제기하는 부스 설치 등의 문제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이 산업계에서 내놓은 내용인데 제약계에서 이를 문제삼는 것이 되려 이상하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기부금 외에 홍보비, 부스비를 금지한다는 조항은 많게는 1억원에 달하는 플레티넘, 골드 후원 등을 진행한 곳에 홍보비나 부스비를 이중으로 받지 말라는 의미"라며 "오히려 산업계에서 부담을 호소하며 주장해 의료계가 수용한 안인데 조항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오해가 나온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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