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연기 등 강경한 정부 입장 미묘한 변화 전공의들 즉각 호소문 내고 "철회·원점 재논의"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의대증원과 관련해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언급하면서 또 다시 의·정 합의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변화의 시발점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안정된 이후 정부가 약속한 협의체와 국회가 제안한 국회 내 협의기구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지역 불균형 해소와 필수의료 강화, 공공의료 확충뿐 아니라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까지 의료계와 함께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의대증원은 물론 의료계 고질적인 문제까지 다뤄보자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의료계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고 기대한다"며 조만간 대화창구가 열릴 것을 암시했다.
문 대통령의 회의 직후인 오후 4시, 보건복지부는 9월 1일 실시 예정이었던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전격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의대국시 일정 변화로 강경하게 밀어부치기만 하던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국시원 고위 관계자는 "오늘(31일) 오전까지만해도 9월 1일 의사국시를 준비했다. 긴박하게 결정된 게 맞다"며 "문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상황이 변화한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의료계와 대화를 모색하면서 조만간 의정간 대화창구가 열리는게 아닌가 하는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오후 4시 긴급 브리핑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31일) 오후에 복지부 장관과 의료계 원로들과의 면담에 이어 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외 비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면서 이미 물밑에서 합의점을 찾기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에 이어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에 대한 고발 관련 브리핑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전공의들을 향해 대통령과 국회, 정부를 믿어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의료계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정부의 입장 변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대통령이 친히 약속할테니 믿어달라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월요일(31일)부터 전공의 고발이 쏟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부도 해결의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전공의들의 일관된 요구, 당정청 수용할까
또한 의료계 원로에 각 대학병원장까지 중재자로 나서 끊임없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물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최근 여당 지도부의 변화 이후 의대증원 쟁점에 대해 의료계 의견에 유연한 입장이 엿보인다"면서 "의료계 원로 의사들도 31일 복지부 장관에 이어 총리를 만나 의료계에 입장을 설득하고 중재하는 역할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은 초지일관 의대증원 철회 혹은 원점에서 재논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당정청 측이 어디까지 전공의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에 따라 합의 여부가 달린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이하 비대위)는 즉각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내고 "의료계와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의료정책을 철회해달라. 의협과 함께 원점에서 재논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더불어 이처럼 의료정책 졸속으로 추진할 수 없도록 국회 내 협의기구 등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명문화된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즉, 당초 제시한 문구 이외에는 협상의 여지는 없음을 거듭 밝힌 셈.
비대위는 이어 "두려움에 떨며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의대생과 전공의, 전임의들을 공권력으로 탄압하는 것을 멈춰달라"며 "하루빨리 진료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후 중재자로 나선 의료계 원로들이 정부와 전공의를 설득해 합의점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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