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휘 아래 건보공단‧심평원, 비급여 차단책 추진중 "비급여 진료비 잡지 않으면 문케어의 성공도 담보 못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에 들어서 비급여 관리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의료기관별로 하는 각기 다른 비급여 진료 항목을 표준화,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한편, 보험업계가 강하게 요구해왔던 '코드 표준화'도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앞 다퉈 추진 중이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두 기관의 비급여 관리 레이더 '사각지대'로 지적됐던 '의원급 의료기관'을 겨냥한 정책인 진료비용 조사도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화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부의 지위 아래 건보공단, 심평원은 비급여 관리 정책에 이처럼 왜 몰두하는 것일까. 31일 메디칼타임즈는 두 기관이 준비 중인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을 확인하고, 추진된 배경을 살펴봤다.
비급여 관리 못 하면 문케어 '실패' 가능성 커져
우선 건보공단은 심평원은 올해 업무분담을 통해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아냈다. 구분하자면 건보공단은 각 진료과목별로 비급여 진료 항목 정리, 표준화하는 한편, 심평원은 비급여 진료 항목에 코드를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경우 김용익 이사장의 지휘 아래 지속해서 비급여 자료 수집 의료기관 수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2016년 47기관이었던 수집기관은 2020년 1600기관으로 크게 늘어났다.
제출받은 비급여 상세내역 자료를 기반으로 실태파악, 변동요인 분석 등 지속적인 의료기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소위 풍선효과를 억제하고, 정부 손아래에 비급여가 관리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규제책을 두고서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비 상승을 잡지 않고서는 문재인 케어의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건보공단이 발표한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중증·고액 질환과 아동·노인 의료비에 건강보험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서 관련 보장률이 일정 부분 상승했지만, 기대보다 낮은 63.8%에 머물렀다.
보장률은 2022년 70% 달성이라는 정부 목표를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
즉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70% 보장률에 근처에라도 가기 위해선 계획된 급여화 작업과 함께 비급여 진료비 억제책 병행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야당을 중심으로는 보장률 달성 목표를 70%가 아닌 65%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케어 설계서부터 진두지휘한 김용익 이사장도 이 같은 점을 인정했다. 김 이사장은 "문재인 케어 성패는 풍선효과와의 싸움"이라며 "비급여를 파악하고 코드화하고 합리적 가격 형성할 수 있게 유도, 그 가운데 풍선효과를 제어할 수 있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규제책 도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형병원 보단 병‧의원 겨냥 왜?
이 가운데 심평원은 직접적인 비급여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실행자 역할에 나섰다.
비급여 항목 코드화 작업과 함께 병원에만 실시하던 진료비용 공개를 내년부터 의원에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이미 10월부터 일부 의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내년부터는 제도화로 전환, 심평원의 요구에 불응한 의원은 2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그동안은 책자나 유인물로 비급여 진료 설명을 대체해 왔지만 내년부터는 불법이다. 환자‧보호자에게 비급여 진료 전 환자가 치료비용을 예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직접 설명해야 한다.
심평원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의견을 듣고 설명 당사자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정한다고 하지만, 풍선효과 차단책이 시급한 만큼 정부의 의지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측은 "의원급 내에서도 동일 비급여 항목의 가격차이가 크고, 일부 항목은 병원보다 가격이 높은 도 있다. 일단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면서도 "비급여 코드 관련해서는 앞으로 의료기관이 정리된 코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규제책은 정부가 비급여 풍선효과의 근원지를 '의원'으로 보고 있다는 데에서 시작된다.
보장성 강화가 대형병원 진료 위주인 중증질환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상대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정부 정책이 본격 시행된 2018년 전체 보장률은 1%p라도 상승했지만 의원의 보장률은 오히려 2017년에 비해 2.4%p 떨어진 57.9%로 추락했다. 반대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본인부담률은 의원에서 3.2%p 증가해 22.8%를 기록했다. 2009년도만 해도 70.3%나 기록했던 의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10년 사이 크게 줄어들어 60% 선마저 무너졌다.
그만큼 의원은 급여 진료가 줄고,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병원협회 임원 역시 "문재인 케어의 추진 상황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주택 규제제도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며 "특정지역에 규제를 가하면 풍선효과로 인근 지역의 집값이 상승하는 것처럼 건강보험 보장률도 마찬가지로 흘러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하반기로 접어든 만큼 정부의 비급여 관리 의지는 강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원의 보장률 하락이 대표적인 예"라며 "이 때문에 건보공단과 심평원 모두 비급여 관리 제도 도입을 앞 다퉈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비급여 공개 대상을 의원까지 확대하는 것은 필수의료 등과 관계없이 모든 비급여를 정부 아래 두고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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