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대생들에게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정책'이다. 정부와 여당이 의사정원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내세우면서 의사총파업 등 일련의 상황을 겪으며 정치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기 때문.
특히, 이 과정에서 정책 결정에 따라 미치는 파급력을 느꼈기 때문에 정책결정 단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회에서 어떻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 상태다.
메디칼타임즈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는 의대생 단체인 메디컬매버릭스의 김요섭 의대생(연세의대), 모채영 의대생(가천의대) 그리고 김미성 의대생(강원의대)과 함께 19대, 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박인숙 전 국회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직 예비의사인 의대생들에게 박인숙 전 의원은 의료계와 국회에서 족적을 남긴 선배님으로 통한다. 특히, 박인숙 전 의원이 직접 집필한 '선천성 심장병'이란 책의 영향으로 소아심장 분야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체감하기도 했다는 게 의대생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박인숙 전 의원에게 의대생들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의료계에서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
박인숙 전 의원의 의정활동당시 모습.
박 전 의원은 이 같은 질문에 의료계에 대한 관심과 분노가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아산병원 근무시절 의료계가 혼란했고 의협의 행보 등에 대해 항의하고 한탄하는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며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알려져 정치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박 전의원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처음부터 정치만을 고려해 접근하지 말라는 점.
박 전 의원은 "처음부터 정치권으로 가야지라는 마음은 없었고 여러 부분이 쌓이고 우연히 더해져 정치권에 입문하게 됐다"며 "기본에 충실한 것이 필요하고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정치권에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의사로서 자신의 확고한 위치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조언.
특히, 개업, 스폐셜리스트, 보건소, 제약회사 등 "자신이 강점으로 가질 분야를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 박 전 의원은 본업인 의사로서의 위치를 확립하면 이를 자양분으로 정계입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사라는 타이틀을 바탕으로 정치참여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의사 외에도 정치 분야의 공부를 추가적으로 하는 등의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의료인들이 의학용어로 대화를 나눌 경우 다른 분야의 사람이 이해를 못하는 것처럼 정치권도 마찬가지"라며 "막연하게 정치권에서 역할을 생각하기보다 실질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정치라는 분야를 접하기 위해 청년 정치아카데미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 시점에서 의대생이 느끼기에 먼 이야기인 만큼 국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각 정당에서 실시하는 청년 정치아카데미를 추천했다.
그는 "의원 재직시절 청년 정치아카데미를 열었고 당시 의사들도 꽤 참여해 아직도 접점을 가지고 있다"며 "당원을 등록하는 방식의 참여보다 정치아카데미를 등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힘도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한편, 많은 의대생이 올해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겪으며 가지는 의문점은 이번 21대 국회는 물론 이전에도 의사 국회의원이 있었음에도 의료계의 현실 개선이 쉽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이 같은 질문에 박 전의원은 의사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지역구와 당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만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박 전의원은 이날 의대생들에게 의료계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관련 법안을 많이 발의했지만 속해있는 위원회와 당선된 지역구와 관련된 여러 이슈가 있어 활동에 제한과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초선은 서류나 정치 단어들이 익숙하지 않고 문화적 쇼크를 극복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며 "또 국회의원 재직 시절 세월호, 메르스, 탄핵, 창당 등 계속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생각했던 내용들을 다루지 못했고 이런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박인숙 의원은 의대생들에게 정치를 고민한다면 의사라는 본분을 자양분 삼은 정치권 진입을 조언했다.
그렇다면 다른 의사직군이 전문직군에 비해 정계진출이 적은 것은 어떻게 바라고 보고 있을까?
박 전 의원은 앞으로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늘어나야하고 보건복지위원회뿐만 아니라 다른 위원회에도 다 위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위가 의료계에 가장 많은 이슈가 접해있긴 가령 대학병원은 교육위, 사보험의 경우 정무위 등 의료계와 맞닿아 있는 이슈는 국회의 한 위원회에 국한돼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위원회의 의사 국회의원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복지위가 제일 중요한 것은 많지만 다양한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접해있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며 "당연히 의사 국회의원이 늘어나야하고 가능하면 많은 위원회에 의사 의원이 한명씩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전 의원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의대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어떠한 정책에 반대를 한다면 못 막는다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또 의대생으로서 현재의 노력이 자양분이 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정치권에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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