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한의계) '묻지마 대립구도'는 피해야 한다. 국민들 눈에는 직역 다툼으로 밖에 안 보인다."
지난 4일 첩약건보에 한의사 중심 전면 재협상을 주창했던 기호 2번 홍주의 후보(1969년생, 가천대 한의대)가 제44대 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홍주의-황병천(1967년생, 원광대 한의대) 후보는 총 9857표로 66.8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호 1번 최혁용-방대건 후보(총 4879표, 33.11%)에 압도적인 지지표를 얻으며 승리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사업 참여를 선언했던 현 최혁용 한의협 회장 집행부에 제동 드라이브가 걸린 셈이었다.
홍 당선인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거 공약으로 첩약건보에 한의사 중심 전면 재협상을 주창했다. 첩약급여의 경우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정부와 논의를 진행해보려 한다"며 "회원들의 눈높이에 따라 참여도도 달라질 것 같다. 답이 정해진 신규 사업을 놓고 협상하는 것이 아니기에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생각을 전했다.
작년 11월 20일부터 3년 동안 9000여곳의 한의원이 참여하는 첩약급여 시범사업은, 내부 반발로 시작단계부터 삐걱거리는 분위기가 포착됐다. 신년 한의협 전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찬반 투표 결과,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재협상 해야한다'는 응답이 86%를 넘기면서 내홍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의원회의 요구로 지난 1월 4일부터 6일까지 전회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그대로 시행한다)' 1788표(13.01%), '반대(재협상 해야한다)' 1만1953표(86.99%)로 각각 집계된 것.
첩약급여화는 의료계와 제약계 거센 반대에 부딪치면서 어렵게 시범사업에 돌입했지만, 한의계 내부적으로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인됨에 따라 진통이 불거진 셈이다.
홍 당선인은 "집행부 진영이 갖춰지면 복지부나 실무자를 만나서 재협상을 진행 하려 한다"며 "회원들의 불편사항이나 애로점을 얘기하고 개선사항에 논의를 할 것이다. 의견조율을 통해 나온 내용들은 있는 그대로 회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의계 코로나 백신 접종 참여 선언과 관련한 의료계와의 입장차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홍 당선인은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이 돼야 한다. 직역간에 다툼으로 비춰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참 아쉽다"고 했다.
이어 "서로간에 포지셔닝을 잘못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협과 한의협이 대화를 통해 보완적으로 해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양해와 협조를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당선인은 "같은 의료인으로서 공통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현재 서로 의견을 내놓는데 반대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지만, 결코 '묻지마 대립구도'는 양 단체에도 크게 중요치 않을 것 같다"면서 "결정적으로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에게는 직역다툼으로 밖에 안 보인다. 의협도 회장 당선자가 결정되면 의료계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를 나눌 자리가 마련됐음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그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지지 후보에 따라 잠시 갈라진 회원분들의 마음도 이제는 다시 통합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며 "민의를 통합하고, 민심을 받들어 앞으로 제44대 대한한의사협회 회무를 성실히 진중하게 회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천한의대를 졸업한 홍주의 회장 당선인은 우리한의원과 서울특별시한의사회장을 역임했고 원광대한의대를 졸업한 황병천 수석부회장은 학익한의원, 인천광역시한의사회장을 지냈다.
홍 당선인은 선거공약으로 ▲첩약건보 한의사 중심 전면 재협상 ▲현대진단기기 사용권 확보 및 제도 개혁 ▲ICT텐스/약침 급여화 ▲의약분업(제제, 첩약)저지 ▲한척위(한까 척결 특별위원회)설치 ▲돌팔이 단속 전담부서 설치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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