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선거전 '투쟁' 승부사 선택…41대 선거 '협상가' 민심잡기 실무능력 검증 자처, 고사 위기 개원가 살리기 방안 등 주목
의사 총파업 사태를 예고했던 40대 의협 회장 선거와, 치열했던 전국 의사투쟁 직후의 41대 선거전. 출마 후보자들의 공약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메디칼타임즈는 41대 의협 회장 선거전이 중반전에 이른 가운데, 지난 40대 선거전과 비교해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의 변화와 차별점을 짚어봤다.
먼저 3년 전인 2018년 3월, 제40대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6명의 주요 공약은 '변화'와 '투쟁'으로 요약된다.
실제 선거전이 한창인 가운데 후보자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정부의 일방적인 예비급여제도 추진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던 것.
당시 출마한 추무진·기동훈·최대집·임수흠·김숙희·이용민 후보(기호순)는 의료계 선결과제로 저수가 해결 문제를 올리며, 각자의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추무진 후보(기호 1번)는 '13만 회원의 뜻을 받들어 앞서 싸우겠습니다'를 메인 슬로건으로, 기동훈 후보(기호 2번)는 '모두의 변화! It's Everyone's Change'를, 최대집 후보(기호 3번)는 '13만 의사의 힘, 의료개혁 최대집'을 꺼냈다.
이어 임수흠 후보(기호 4번)는 '투쟁다운 투쟁, 협상다운 협상'을, 김숙희 후보(기호 5번) '동료를 끝까지 보호하겠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되찾겠습니다', 이용민 후보(기호 6번)는 '당신의 의협을 만들겠습니다. 당당한 의협! 신뢰받는 의협! 의사들의 의협!'을 주창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 제40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는 선거인 총 4만 4012명 가운데 2만 1547명이 참여해 전체 투표율은 48.96%를 기록했다. 당시 최대집 회장은 6392표로 득표율 29.67%를 획득하며 당선됐다.
수가 정상화를 위해 의료계 '단합과 화합, 통합된 힘'을 강조했던 후보들은 낙선이란 고배를 마셨지만, '목숨을 건 투쟁'을 외쳤던 최 회장을 선택한 결과였다.
#관전 포인트1=전국의사 총파업 경험, 늘어난 선거권자 '협상가' 먹힐까
40대 집행부로 3년을 지내온 시간. 지난 선거에 선거권자 5만 2510명 대비 3858명이 늘어난 5만 6368명으로 최종 확정되면서, 유권자 증가에 따른 41대 선거 투표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선거의 경우 선거인 명부 열람자수가 29.20%에 그쳤던 반면, 이번 선거에선 37.09%로 '8% 가량' 늘면서 최종 투표율 증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더욱이 의료계는 작년 8월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젊은의사와 의대생을 중심으로 총파업 투쟁을 진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후 의협 최대집 회장은 정부, 여당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지난해 여름 총파업 투쟁을 마무리 짓게 만든 '9.4 의·당·정 합의'라는 결과물. 이번 41대 의협 회장 선거에 나선 6인의 후보는 합의 자체의 내용과 절차는 분명한 과오로,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모적인 투쟁 이후, 의료계 분열 상황에서 소통과 협상을 공약의 화두로 꺼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호 1번 임현택 후보(51, 충남의대·소아청소년과)는 "더 이상 진료거부 등 자해에 가까운 투쟁방법으로는 안 된다. 국민에게 근거를 들어 차분히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며 "국민으로부터 회원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단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기호 2번 유태욱 후보(58, 연세대 원주의대·가정의학과) 또한 회장 단독 의사결정이 아닌, 협회 회원들의 팀플레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회원의 뜻을 결집시키지 못했다. 직선제 회장이더라도 의협회장이 단독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젠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시스템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호 3번 이필수 후보(59, 전남의대·흉부외과)는 "의협에는 협력과 투쟁이 함께 필요하다. 회원을 고통으로 내모는 소모적 투쟁은 지양한다"고 투쟁 지향적인 의협 회무에는 반대입장을 적극 피력한 상황.
기호 4번 박홍준 후보(62, 연세의대·이비인후과)는 "리더십의 문제다. 대화합을 이룰 때만이 가장 강력한 의협이 될 수 있다. 이런 리더십을 선택하는 중요한 때"라며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통해 균형감 있는 리더십을 갖췄다. 이젠 반복되는 투쟁이 아니라 투쟁의 완성을 이룰 때다"라고 말했다.
기호 5번 이동욱 후보(50, 경북의대·산부인과)는 "대학병원이나 동네의원이나 이런 상태로 얼마나 존속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선거의 캐치프레이즈는 '대한의사협회가 새롭게 태어납니다'이다. 어떤 회무 능력을 가졌는지, 어떤 회무 결과를 나타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공약했다.
이어 기호 6번 김동석 후보(62, 조선의대·산부인과)는 "투쟁은 수단일뿐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무분별한 압박을 강행한다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면서도 "성공한 투쟁경험도 있다. 또 다른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투쟁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고 못을 박았다.
#관전 포인트2=실무능력 검증, 개원가 고사 위기 의료전달체계 개편 카드
이들 여섯 후보는 '합리적 협상가'라는 키워드를 공통분모로 잡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회원 소통과 실무능력 검증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놓은 방안도 비교적 명료하다. 환자·의료기관의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지역 의료계를 되살릴 방안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책, 의사 노동조합 설립 문제,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 현상에 대한 타개책을 놓고 저마다의 전략을 꺼내들었다.
특히,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가와 고사 위기의 중소병원을 살리자는 정책적 지향점을 한층 강조한 것이 차별점 중 하나다.
임현택 후보는 "일본은 3차병원 진찰료를 가장 낮게 주고, 그 다음이 2차병원, 1차병원을 가장 많이 준다.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이 진료수익을 통해 돈벌이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학병원은 말그대로 학술기관이 돼야 한다.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은 교육· 학술연구·고난이도질환 치료에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1∼2차 기관 회송연계 시스템이 잘 이뤄지는 병원을 보상하는 제도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태욱 후보는 "21세기는 의료의 질관리 시대다.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서 환자 선택권에 대한 주장이 강해졌다. 대형병원 쏠림은 더 늘어날 것이다. 사회제도적으로 실손보험과 연계되서도 파악할 수 있다"며 "중소병원은 수가를 적게 받고 있다. 의원급은 환자 수가 줄어들어 어려움이 있다. 비급여 상세내역 공개는 대단히 잘못된 제도다. 자유시장주의 사회에서 사적계약에 따라 이용되는 것조차 통제하려 한다면 손실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필수 후보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다. 수가인상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필수의료과에 대한 지원"이라면서 "의원급의 서비스 제공 영역을 확대해 환자교육·건강증진·만성질환 예방·영유아 노인 생애주기별 건강관리 및 지침을 제공·건강검진 사후관리 서비스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규제나 행정절차 간소화도 필요하다. 중소병원에 대한 규제를 혁파하고 수가가산 부분도 정책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홍준 후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재정 지원과 진료체계를 바로잡는 것이다. 3차 기관은 교육병원으로서 역할해야 한다"며 "환자도 3차병원을 갈 때는 교육과 연구를 하고 중증환자를 진료한다는 강력한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필요하다. 3차병원에서도 교수만 찾는 왜곡된 현상 때문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공의 지원에 대해서도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후보는 "의료비 부담이 너무 적기 때문에 과잉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여력이 있는 국민에게도 부담이 적은 것은 의료과잉이용 현상을 부추긴다"면서 "각 질병별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히 규명한 후 경증에 대한 3차기관 진료는 근본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환자 부담이 적어지다보니 3차병원 쏠림현상아 심해진다. 3차 기관에 가려면 1, 2차 기관 의사의 판단이 반드시 있어야 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후보는 "의료쏠림은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다. 전달체계를 확실히 살리는 게 중요하다. 중소·대학병원으로의 이송만 생각하겠지만 의원간 전달체계도 중요하다"며 "대부분 클리닉 빌딩이기 때문에 바로 옆으로 이송하는게 편리하다. 대학병원은 중환자 진료와 교육을 담당하는 게 맞다. 현재 신의료기술 수가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받고 수가도 높다. 중소병원에 규제가 너무 많아 시정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이번 41대 선거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일선 병의원가에 경제적 손실이 상당한 만큼, 피해를 입은 회원들의 진상파악과 의협 차원의 '개원가 지원팀' 구성안도 이번 선거에 새롭게 부상한 공약 중 하나로 꼽힌다.
일차 의료를 중심으로 한 필수의료 지원과, 지역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정부의 신속한 보상안을 받아내겠다는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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