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제 처음 적용…선거운동 금지 규정 손질 필요 우편투표 유권자 2% 그쳐…선거의 '디지털'화 자리잡나
새로운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출을 위한 약 한 달여의 레이스가 끝났다. 41대 의협 회장 선거는 이필수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이필수 당선자는 사상 첫 지방대 출신 의협 회장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41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 발견된 변화를 짚어보고, 앞으로 개선점에 대해서도 들여다봤다.
네거티브 없는 선거전 만든 '결선투표제'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서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해도 결선투표 도입이다. 결선투표제는 2018년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도입을 결정, 41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 처음 적용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하는 후보가 없으면 최다 득표 2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을 치른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는 6명의 후보 중 1위와 2위를 차지한 임현택, 이필수 후보에 대해 다시 선거가 이뤄졌다.
선거에 6명의 후보가 난립했지만 결선투표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네거티브가 없는 선거가 이뤄졌다. 선거운동 기간 특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다 보면 추후 결선에서 표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그렇다 보니 네거티브전은 결선투표에서 벌어졌다. 현행 선거관리규정은 결선투표 기간에는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일절 제한하고, 낙선 후보들의 특정 후보 지지 표명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자 물밑에서 선거운동이 암암리에 이뤄졌고 상호 비방전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대전 한 개원의는 "6명의 후보가 표를 나눠서 20% 지지율로 최종 당선되는 것보다 회장의 행동력, 지지력에 힘을 받기 위해서는 결선 투표가 낫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결선투표 일주일 동안 두 명의 후보가 선거활동을 할 수 없으니 아쉬웠다. 뛰던 사람이 갑자기 일주일 동안 멈추고 쉬라는 것과 같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든지, 아니면 1차 결과 발표 후 바로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유권자 98% 전자투표 선택 "서서히 전환해야"
41대 회장 선거에서는 '디지털'이 확실히 자리를 잡은 모습을 보여줬다. 전체 유권자 중 97.8%가 전자투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편투표 유권자는 1081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에 불과했다. 이중 한 표를 행사한 숫자는 1차에서 777명, 2차에서 명 수준에 그쳤다.
38대 회장 보궐선거에 처음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한지 약 7년 만에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이 익숙하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된 것.
사실 우편투표 영향으로 선거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우편투표자에게만 선거 공보물이 전달되다 보니 일각에서 정보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선투표에서도 우편투표용지를 보내고, 받는 시간이 있다 보니 일주일 동안 투표가 이뤄졌다. 한창 투표가 진행 중이니 선거운동도 제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2%의 유권자 때문에 97%의 유권자에게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경상도 한 개원의는 "나이가 있는 유권자를 위한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우편투표 때문에 선거의 긴장도가 확실히 떨어진다"라며 "서서히 투표 방식을 전자투표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10여년만에 전의총 흔적이 사라졌다
2012년 노환규 회장 당선 이후 회장 선거 때마다 '킹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의 존재감이 이번 41대 회장 선거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37대 회장에 당시 전의총 수장이던 노환규 후보의 당선 이후 세 번 치러진 선거에서 전의총의 손을 잡는 후보자가 잇따라 당선됐다. 38대 추무진 회장이 그랬고, 40대 최대집 회장이 그랬다. 40대 회장 선거에서는 전의총을 만든 장본인인 노환규 전 회장이 직접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서면서 전의총의 세를 과시했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전의총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보니 41대 회장 선거에서도 전의총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 흔적 찾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결론은 전의총의 흔적이 미미해졌다는 것.
전의총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도 않았다. 전의총 내부에서도 결선에 오른 두 명의 후보를 지지할 정도로 입장이 갈렸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과거 전의총 회원이었던 한 병원장은 "현재 전의총을 순수하게 세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단체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라며 "누구 한 명을 지지한다는 단일 의견을 낼 수 있는 영향력도 없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라지는 것을 보면 특정 한 명을 밀 수 있는 역량도 없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로지 투쟁, 파업만 외치는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것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순히 전의총이라는 단체 이름이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두 명의 후보 모두 전의총의 도움을 받아서 결선에 올라갈 수 있었다"라며 "전의총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보다 물밑에서 두 후보를 지지하면서 양동 작전을 썼다. 아직 그 영향력은 건재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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