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의료행위 형벌화 제문제' 토론회 열어 "의료행위 형벌화 지나친 법적분쟁 초래…소극 진료 우려"
"입법은 환자의 법적 지위의 '최대화'가 아닌, '최적화'를 중요시 해야만 한다."
의료행위 형벌화의 제문제를 놓고 나온 법조계 전문가의 진단이다. 의사에 대한 면허취소 법안이 의료계에 뜨거운 감자로 논란을 키우는 가운데, 의사 행위의 국가적 규율을 놓고서는 의사와 환자 관계를 지나친 법적분쟁이 아닌,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지난 4일 개최된 '의료행위의 형벌화와 행정처분의 제문제' 토론회에 이어 같은 주제로 13일 2차 토론회를 열었다.
금고형 이상 형량을 받은 의사에 대한 면허취소 법안(일명 면허박탈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의료행위 형벌화 경향과 행정처분에 문제점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된 것.
이날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발제를 통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경향의 원인과 제문제를 짚었다.
김 법제이사는 "해외의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중과실치사죄 성립 요건에 대한 BMA의 견해(BMA)는 '최고 수준'의 과실을 의미한다"면서 "최근 판례법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중과실 치사죄로 유죄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다섯 가지가 입증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사망자에 대한 보호의무의 존재를 비롯한 ▲보호의무를 부주의하게 위반할 것 ▲주의의무 위반 당시의 지식에 근거해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심각하고 명백한 사망 위험이 발생했음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을 것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것 ▲주의의무 위반이 매우심각한 과실로 평가될 것 등이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김 법제이사는 "중과실치사죄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요건을 두고 있지만, 관건은 상당수 의료사고 과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국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출연 이후로 갑자기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재원은 과실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점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사법권의 독립과 의사의 진료권 보장의 지향점에 대한 부분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법제이사는 "재판(심판) 독립의 원칙 및 입법부나 행정부로부터 법원의 독립과 그 자율성, 재판에 있어서 어떠한 내외적 간섭도 받지 아니하는 법관의 직무상 독립과 신분상의 독립에 의해 실현되는 것을 방향성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공평한 재판에 의한 인권의 보장과 특히 소수자 보호와 헌법보장 임무 완수를 위한 불가결의 헌법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헌법 제105조는 법관의 임기제 및 정년제를, 제101조 3항은 법률에 의한 법관자격, 제106조 1항은 법관의 신분보장을 각각 규정해 법관의 직무상의 독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신분상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김 법제이사는 "1966년 시작된 미란다 원칙의 경우, 국내에는 1993년 문민정부에 들어오기 시작하다가, 2000년 7월에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면서 자리를 잡아갔다"며 "의료인의 경우도 의사면허와 관련 모든 법위반 사례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결했으나, 의약분업 사태 당시 시위했다는 이유로 6개월만에 다시 원점이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의사의 진료권 보장의 헌법적 가치를 인정하고 국민의 법의식 전환을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면서 "원론적으로 보면 의료계와 법조계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인권의식이 있는 경우라면, 의사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들을 하지만 의사의 책임이나 법정구속을 남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고소·고발사건 불기소율 지나치게 높아..."의사-환자 관계 안정화 필요"
이어 김기영 경희대공공대학원 의료관리학과 교수가 '의사 형사처벌 현황'을 주제 발표했다.
여기서 국내의 경우, 고소나 고발 사건의 불기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짚었다. 2010년 기준 고소사건 중 '혐의 없음'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리된 대상 인원은 30만 5261명(60%), 고발 사건도 6만 4186명(4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 사건에 국한해, 일본과 비교시 55배가 높은 수치였던 것.
김 교수는 "2006년 33.5%를 기록한 이후 11년 동안 20% 후반대를 기록하던 사건 중 고소 및 고발 비율은 2018년 31%를 시작으로 2019년 32.3%, 2020년 33% 등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의료 접근성뿐만 아니라 사법 접근성도 세계에서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고소 및 고발 남용은 수사기관의 업무량 폭증과 수사력 낭비, 사법비용 증대, 피고소인과 피고발인 권리침해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의료인 처벌 통계 중 의사의 비율과 관련해 이전에는 발치의 경우 바로 상해죄 적용으로 인한 치과의사가 많았으나, 2012년부터는 의사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료기관별 비율을 보면, 의원급 비율이 56% 수준으로 병원급 40%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또 전문영역별 통계에서도 정형외과(21.4%), 성형외과(18.5%), 산부인과(16.4%) 등 순으로 형사처벌에 노출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유무죄 통계를 보면, 2018년도 기준 의료사건의 기소율은 아직 정확히 파악이 안 된 상태지만 의료사고 업무상 과실 치상 및 치사 사건의 무죄율은 32%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의사의 유죄율은 2014년 이후로는 높아지다가 2016년도에 정점을 찍었고, 치과의사나 한의사도 2016년 이후 유죄율이 높아졌다"면서 "간호사 등 지시를 받는 의료인의 시행상 책임보다는 의사의 지시상 책임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원칙적으로 의사의 행위의 국가적 규율을 놓고서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안정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공할 수 있어여 한다"며 "지나친 법적 분쟁화를 초래해 의사로 하여금 법적 입장으로만 소극적 태도를 보이게 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입법은 환자의 법적 지위의 최대화가 아니라, 최적화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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