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 압박에 시달리던 지역 요양병원이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지역사회에서 잘 나가던 요양병원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20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전북 B 요양병원은 지난 1월 파산을 신청하고 현재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요양병원들은 B 요양병원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B 요양병원 건물 모습.
180병상에 전 직원 100여명이 근무한 의료법인 B 요양병원은 2019년까지 지역사회 요양병원계를 선도하는 곳으로 평가받았다.
해당 병원은 입원환자의 가정과 사회 복귀를 모토로 병실 밖 공간을 대폭 넓혀 식사와 TV 시청을 복도에서 할 수 있도록 과감한 쇄신과 투자로 기존 요양병원 이미지를 개선했다.
또한 암 등 중증환자를 위한 전용 병동 신설과 맞춤형 식사, 새로운 치료법 발굴 등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추진해왔다.
이러던 중 파산의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사태였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하는 입원환자와 신규 입원환자 그리고 정부의 요양병원 규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규제 강화에 따른 소방시설과 감염시설, 내진설계 등 병원 공사도 경영 압박을 가중시켰다.
공사업체 부도로 지난 2017년 파산 위기를 넘긴 B 요양병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은행 대출로 의료진과 직원 급여를 충당했다.
지난해 정부와 언론에서 지역감염 전파 원인을 요양병원으로 몰아가자 남아있던 환자들도 병실을 떠났다.
간병인까지 직영으로 운영한 B 요양병원은 결국 직원들 4대 보험을 체납하고 건강보험공단의 가압류를 받게 됐다.
건강보험공단의 가압류 소식은 은행권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대출까지 봉쇄됐다.
B 요양병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급여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고, 의료진과 행정직원은 다른 직장으로 이동했다.
직원들은 미지급된 급여와 퇴직금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B 요양병원은 올해 1월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B 요양병원 이사장은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직원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해 미안하고 죄송하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병원 건물에 대한 경매가 마무리되면 급여와 퇴직금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환자 중심의 차별화된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코로나 사태와 정부의 규제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전하고 "공단 가압류 신청으로 은행권 대출이 묶이면서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요양병원을 경영하면서 현행 제도와 규제 하에서 요양병원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면서 "경영이 악화되자 10년 넘게 함께 한 직원들도 등을 돌렸다"고 허탈해 했다.
요양병원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경기도 요양병원 원장은 "대다수 요양병원 경영 상태는 호흡기에 의존한 환자와 같다. 의사와 간호사 구하기도 힘들고, 급여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중등도 중심의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 요양병원 경영자는 "매달 급여일이 다가오면 밤잠을 설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B 요양병원 사태와 같이 은행 대출도 언제 막힐지 모른다"며 "고령사회 대비해 대출까지 해준 정부가 지금은 요양병원 고사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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