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챌린지 발표 두고 의료계 "원격의료 추진 중단해야" 보건의약 단체 의견 배제, 건강권 침해 및 법적 책임소재 많아
규제챌린지를 명분으로 한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방안에, 의료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9.4 의정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처사라며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방지에 최일선에서 노력한 의료계의 희생을 도외시하는 처사라고 강력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정부의 '규제챌린지' 방향성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지난 1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제인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의약품 원격조제, 약 배달 서비스 등의 분야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챌린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지 1년 6개월째. 정부가 규제혁신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에 의사협회는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의료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 활성화를 강행하는 정책적 방향은 의사와 환자 간 분쟁 사례와 더불어 기존 1차 의료 공급체계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해당 과제들을 경제 단체와 기업이 직접 발굴했다고 강조했는데, 국민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된 비대면 진료, 의약품 원격조제 및 약 배달 등이 포함된 원격의료에 대한 과제를 놓고 의협을 포함한 보건의약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것은 잘못된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의료인-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제한적인 소통과 근본적 한계로 인해 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는 것. 또한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검증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국민의 건강증진 및 보건향상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대면진료에 있다"면서 "원격의료에 논의되었던 만성질환의 경우도 대부분의 고령 환자들은 복합질환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을 반복처방 받는 것 또한 의학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고 제한적 상황에서 보조 수단에 국한해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협은 "최신식 첨단기술로 산업적 경제적 가치를 꾀하겠다고 하지만 의료는 산업이 아니"라며 "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공익적 가치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며 신체 검진을 기반으로 한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원격의료가 가진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대표적으로 ▲의학적‧기술적 안전성 및 유효성 미검증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 침해 가능성 ▲산업‧경제적 측면으로 추진은 불가 ▲원격의료 시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등이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장비에 대한 투자로 인해,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추구할 우려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일차 의료기관들에게는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어 대형병원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것이고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일차 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격의료라는 수단을 활용해 진료를 볼 때 오진과 의료사고의 발생 원인이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것이라면 법적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해결책이 먼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덧붙였다.
의협은 "원격의료는 지난해 의료계가 결사 저지한 '4대악 의료정책'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정 협의체를 통해 발전적 방안에 대해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다"며 "이번 규제챌린지 발표는 9.4 의정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의료 최일선에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의료계의 희생을 도외시하는 처사"라고 강력 비판했다.
끝으로 "정부는 일방적이고 경제논리에 매몰된 규제챌린지 추진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9.4 의정합의의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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