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사태가 2년여간 지속되고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도와 한계점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도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말 그대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토대로 강도높은 방역 조치를 단계적으로 풀어내며 중증 질환자 중심의 관리 체계를 새롭게 짜자는 취지다.
그도 그럴 것이 강도높은 방역 조치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눈물은 마를 새가 없고 이는 곧 소상공인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벌써 1년 여가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경제적 상황을 일단 뒤로 놓고 나면 과연 국내에서 위드 코로나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구심이 남는다.
먼저 과연 위드 코로나가 어떠한 의미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위드 코로나는 시기의 문제이지 언제라도 가야할 골라인에 가깝다. 비단 코로나에 한정해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미 델타, 델타 플러스, 람다 등 수많은 변이종이 퍼지고 있는 지금 코로나에 대한 완전 정복은 요원한 이야기가 됐다. 우리는 어떻게든 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하고 이는 선택이 아닌 운명이다. 다만 그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질병들과 '위드'하고 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물들였던 메르스와 신종플루는 이미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나오고 있고 신종플루 환자는 생각보다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 질병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로 치료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록 과거에는 사망까지 이르렀던 질병이지만 치료제의 등장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위드 신종플루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아무도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떨까. 다행스럽게 백신이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치료제는 가능성에 불과하다. 위드 코로나를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단추가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그토록 자주 언급되던 집단 면역이다. 전 국민의 90% 이상을 면역 상태로 만들어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대국민 조사에서 상당수의 국민들이 위드 코로나를 거론한 것을 봐서는 말이다. 하지만 언뜻 그럴싸해 보이는 이 방법은 엄청난 희생을 동반한다는 것은 왜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 듯 하다.
결국 면역은 두가지 방법 외에는 갖출 방법이 없다. 코로나 백신이 효과를 발휘하거나 코로나에 걸린 뒤 이를 극복해 자연 면역을 얻는 방법 뿐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백신 1차 접종가 이제 70%에 다다르고 있다. 2차가 이를 따라오려면 물리적으로도 한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것도 백신이 기대만큼 충분히 모두 들어왔다는 가정 아래서다.
하지만 이렇게 백신 접종을 완료해도 어쨋든 백신 면역자는 70%에 불과하다. 위드 코로나의 최소 선제 조건인 90% 이상이 되려면 나머지 20% 이상의 자연 면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12세 미만의 소아들과 백신 부담감에 접종을 하지 않은 80세 이상 고령층, 임산부 등이 포함된다.
아주 단순 계산을 해도 이 수는 1천만명에 달한다. 적게 잡아도 5백만명 이상이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고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순간 이 숫자가 다 찰때까지 확진자가 터져나온다는 의미다. 하루에 수백만명이 터져나올지 하루 만명씩 1000일이 걸릴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연 현재 의료시스템 안에서 이 환자들을 받아낼 수 있을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현재 하루 확진자 2000명을 감당하지 못해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까지 병상확보 행정 명령을 내린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이러한 면을 고려할때 우리가 위드 코로나에 대한 전략을 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과연 이들을 얼마나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백신 인센티브니 9시에서 10시까지 업무 시간을 연장하니 하는 다소 정치적인 단기 계획이 아닌 이들 수백만명, 혹은 1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예비 확진자들을 어떻게, 얼마에 걸쳐 받아내야 하는 가에 대한 부분 뿐이다.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소 몇 년에 걸쳐 진행돼야 할 대규모 과제다.
거기에 지금 국내 의료진들의 피로도도 중요하게 따져봐야할 변수 중의 하나다. 실제로 국내 의료진들은 이미 2년여에 걸친 전투 끝에 피도로가 극에 달해있다. 게다가 이를 견디지 못해 줄줄히 사표를 던지면서 이미 코로나 의료 시스템에 구멍이 생겨나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기에 하루에도 몇장씩 공문을 보내가며 이들을 채찍질 하고 있다. 게다가 일주일이 멀다하고 그 공문의 내용도 바뀌고 있다. 의료진들이 백기를 들고 그 사명을 뒤로 한채 현장을 떠나는 이유다. 위드 코로나는 시작도 못해보고 이미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정치적 해석에 따른 현재의 방역 정책과 위드 코로나 논의에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필사적인 방법을 활용해서라도 제동도 걸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위드 코로나에 따른 희생을 알리고 현재 일방적인 공문으로 촉발되는 의료진들의 이탈을 알리는데 힘을 아껴서는 안된다.
위드 코로나라는 방대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하는 전문가들 뿐이다. 이들의 침묵은 또 다른 정치 방역을 양산하고 이는 곧 또 다른 공문 방역의 시작을 의미한다. 대선 정국 속에서 이들이 유력 대선후보와 나눠야할 이야기는 첫째도, 둘째도 이 부분이다. 시대적 사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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