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속적 부채질에 속속 시스템 공개하며 기술력 과시 코로나 장기화속 새 사업 모델로 각광…의료정보기업 주도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발 물러서 사태를 관망하던 의료기기 기업들이 속속 시스템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용자인 국내 의사들의 정서를 감안해 개발을 끝내고도 공개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해왔지만 정부가 앞장서 이를 밀어주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고 있는 셈이다.
2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정보 기업들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스템 개발과 상용화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역시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앞세운 의료정보 기업들이다.
이미 의료정보시스템을 운영하며 비대면 진료 시스템에 필요한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다 EMR과의 연동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빅3 의료정보 기업으로 꼽히는 비트컴퓨터가 대표적인 경우다. 비트컴퓨터는 최근 전국 5000개 의원에 비대면 진료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실제로 이뤄진 누적 진료수만 312만 6000건에 달한다"며 "이를 활용한 환자도 210만명에 달하는 등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트컴퓨터는 환자가 모바일 기기로 의료기관에 온라인 접속하면 자사의 EMR 시스템과 연계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늘려가고 있는 상태다.
또한 최근 개발한 진료 예약 프로그램도 이 시스템과 연계해 접근성도 높였다. 환자가 이 프로그램으로 진료를 예약하면 접수까지 한번에 완료되며 진료하는 의사는 바로 EMR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마찬가지로 빅3 기업인 이지케어텍도 이달 자체 개발한 차세대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공개하고 기술력을 뽑내고 있다.
특히 이지케어텍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뒷 배로 둔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는 상황.
분당서울대병원, 라온시큐어, FSH KOREA가 함께하는 이 컨소시엄은 이지케어텍이 주관 아래 신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비접촉 진료 플랫폼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지케어텍은 다양한 방식으로 비대면 진료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와 스마트병원 선도 모델 개발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원격 기반 중환자실 실시간 모니터링 및 비대면 시스템(eICU)을 개발했고 마찬가지로 자체 개발한 비대면 진료 솔루션인 이지온더콜은 국내 최초로 해외 수출 성과까지 거뒀다.
이지케어텍 채호석 상무는 "컨소시엄이 구축한 시스템은 병원정보시스템(HIS)과 연동되는 국내 최초의 비대면 진료 솔루션"이라며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HIS에 저장된 의무기록 등을 활용해 진료의 연속성과 편리함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단 의료정보 기업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코로나의 계속되는 장기화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대세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다양한 분야의 의료기기 기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재외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진료 사업을 시작으로 올해는 내국인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관련 분야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라이프시맨틱스가 개발한 '닥터콜'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국내 1호 의료기기(첫 임시 허가)로 꼽힌다. 이로 인해 라이프시맨틱스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의 '원조'를 강조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이엘케이도 마찬가지. 제이엘케이는 최근 일본 최대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운영하는 닥터넷과 제휴를 맺고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이엘케이가 개발한 폐질환 의료 인공지능을 비대면 진료 시스템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곧바로 매출로 연결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제이엘케이는 메타버스를 통한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개발하고 일부 국내 대학병원과 도입 논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들은 이러한 비대면 진료 시스템이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냥 장미빛 전망은 아닐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잠시 열린 시장일 뿐 여전히 의료계의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에는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것.
A헬스케어 기업 임원은 "우리도 시스템 개발은 사실상 완료된 상태지만 굳이 시장에 꺼내놓지는 않고 있다"며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냈을때 과연 시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히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나마 정부가 부채질을 해주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며 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특성상 내수 시장이 유지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령층은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매우 떨어지며 반면에 IT 등에 능한 젊은 환자들은 활동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굳이 비대면을 선호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이 임원은 "결국 내수 시장에서의 성장성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세계 시장을 봐야 하는데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막강한 기술력과 노하우, 자본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후진국에 들어가기는 IT 인프라의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 마냥 희망회로만 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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