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보험 진료비 급증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상급병실료'에 대한 기준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병실 입원이 '치료 목적'이어야만 하고 '병실 사정'이라는 예외적 상황은 병원급 이상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상급병실 입원료 기준안을 공급자 단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이해 단체에 의견조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자동차보험환자 상급병실 입원료 개선을 위해 공급자 단체를 비롯해 시민단체, 심평원 관계자 등과 두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가졌다.
현행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교통사고 환자 요구로 발생한 상급병실료는 진료비 인정범위에서 제외된다. 다만, 의료진이 치료상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때, '병실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했을 때는 7일 범위에서 입원료를 인정한다.
의료법 상 10병상 미만의 의원은 모든 병상을 '상급병실'로 운영해도 무방하다. 이에 일부 의료기관이 '부득이하다', '병실 사정'이라는 이유를 활용해 상급병실료를 교통사고 환자에게 최저 3만원에서 최고 40만원까지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정부는 간담회에서 ▲부득이한 경우를 치료 목적으로 제한 ▲부득이한 경우를 치료 목적으로 제한하되 병원급 이상은 병실 사정 인정 ▲의원급 상급병실 입원료 상한제 ▲상급병실입원료 자기부담제 등 4가지 형태의 상급병실 입원료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두 번째 안인 '부득이한 경우를 치료 목적으로 제한하되 병원급 이상은 병실 사정 인정'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면서 국토부가 다시 한번 이해단체에 의견 조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선 현행 기준에서 상급병실 이용은 자동차보험 환자의 조속한 회복을 위한 치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의학적 판단에 의한 치료가 목적이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부득이한 경우를 '치료목적'으로 바꿨다.
또 병실사정으로 부득이한 경우에 상급병실에 입원하는 것은 병원급 이상만 인정하는 것으로 했다. 의료법상 의원급은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안에 의료계는 공감하면서도 병실 사정이라는 예외를 병원까지만 제한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10병상 이하 병상을 모두 상급병실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병실사정'이라는 예외조항을 병원급으로만 제한하면 10병상 이상인 의원이 오히려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라며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병원급 제한 부분에는 우려를 표시하며 병원의 기준을 10병상 초과 의료기관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보에서 상급병실료 기준 만들기 나선 이유는?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상급병실 입원료 기준 만들기에 나선 이유는 한의과 의료기관 중심으로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급증한 탓이다. 실제 일부 한의원은 교통사고 환자에게 호화 시설을 갖춘 병실을 광고에까지 활용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영역에서 상급병실 입원료를 '집중심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평원이 제공하는 요양기관 종별 입원실 현황에 따르면 의원에서 운영하는 일반병실은 2017년 4분기 4만6606개에서 지난해 4분기 3만5609개로 감소했다.
한의과 의료기관 일반병실은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한의원 병상은 2450개에서 4806개로, 한방병원은 1만6989개에서 2만9566개로 증가했다.
상급병실 병상 수는 더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의원은 2017년 1만9129개에서 지난해 1만7003개로 2천여곳 줄었다. 한의원은 648개에서 2518개로 3.8배나 증가했다. 한방병원도 741개에서 3193개로 4.3배 증가했다.
병상 증가는 진료비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한의원의 상급병실료 청구는 2년 사이 28배나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상위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에 청구된 상급병실료는 2019년 1분기 1억1100만원에서 2020년 4분기 32억8600만원으로 2년도 안되는 기간에 19배나 늘었다.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에서 경증 환자 비율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증도가 높지도 않고 입원 필요성이 없는데도 의원이든 한의원이든 의료기관에 입원 후 상급병실료를 받는 것은 잘못된 행태였다"라며 "상급병실 입원료 기준이 개선되면 이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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