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서른이 된 사회초년생 의사가 불법 사무장병원에 취업하려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법원을 왔다 갔다 하는 가슴앓이를 했다.
불법 사무장병원 운영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대법원까지 간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 의사는 시간이 흘러 현재 40대 초반의 의사가 됐다.
의사 A씨가 사무장병원에 얽힌 사건은 약 12년 전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인터넷 사이트의 구인 광고를 보고 전라북도 군산시 한 요양병원에 원서를 냈다. 당시 A씨의 나이는 서른살이었다.
A씨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 운영하고 있던 사무장 K씨를 만났다. 비의료인인 K씨는 의료조합법인 허가를 받았지만 당시 의료법 상 조합법인에서는 입원환자를 받을 수 없고 엑스레이 등 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조합 이름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한의사 N씨에게 병원을 임대했다.
그러던 중 한의사가 병원 운영을 그만두겠다고 했고, K사무장은 의사 구인광고를 통해 바지원장 찾기에 나섰다. 이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사회초년생 의사 A씨가 덥석 들어온 것이다.
K사무장은 A씨에게 고용계약 체결할 때 필요하니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갖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K사무장과 대화를 하는 동안 병원 행정 직원에게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넘겼고 약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돌려받았다.
계약 체결 후 한 달이 넘은 시점에 A씨는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A씨는 동의 없는 병원 불법 개설 사실을 인지한 즉시 경찰에 진정서를 냈지만 운영상 문제가 있었다는 K사무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진정서 제출을 미뤘다.
K사무장은 업무 착오로 사업자 등록이 된 것이라고 둘러댔고 A씨는 동의 없이 요양병원을 개설한 책임이 K사무장에게 있다는 내용의 '책임변제각서'를 받았다.
각서에는 요양병원 실제 소유주는 K사무장이고 A씨 동의 없이 이름을 사용해 사업자등록을 했으며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담보로는 K사무장 부인 이름의 동산, 부동산을 걸었다.
각서를 쓰면서도 K사무장은 "조합 명의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될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병원개설자 변경을 요구했지만 K사무장은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개설자 명의변경을 하지 않으면 폐업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K사무장은 결국 다른 의사를 찾지 못해 내용증명서에 나온 기한이 가까워오자 병원을 폐업했다.
A씨가 명의도용을 인지해 병원 폐업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이상. 그 동안 A씨는 해당 요양병원에서 고용계약에 따라 월 200만원씩 받으면서 환자 진료를 하며 개설자 변경을 요구했다.
A씨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소송에 휘말렸다. K씨는 불법 사무장병원을 운영했고, A씨는 불법 사무장병원 운영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
검찰은 "A씨가 자신의 명의로 병원 개설신고가 된 것을 알면서도 3개월 이상 명의대여 상태를 유지했고 매월 200만원씩 월급도 받았다"라며 "A씨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것을 K사무장에게 승낙했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K씨의 불법 사무장병원 운영에 대한 죄는 인정하며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A씨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A씨는 K사무장에게 책임변제각서를 받고 지속적으로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했고 내용증명도 보냈다"라며 "자신의 이름으로 병원이 개설된 것으로 사후에 발견하고 시정하려는 입장을 취했다"라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진료의사로 일하기는 했지만 고용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그것 만으로는 명의 사용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거나 명의도용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A씨는 이전에는 병원을 운영하거나 진료의사로 일한 경험도 없었던 초년생 의사다. 명의도용에 대해 신속하게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어느정도 수긍할 여지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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