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추진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해킹 및 서버장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는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자처방전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자처방전엔 환자의 인체정보와 의료기록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데 관련 논의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의료계 우려다.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는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환자의 의료정보를 외부 서버에 집적·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의료법이 환자기록 열람을 제한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방책이라는 설명이다.
각종 해킹과 보이스피싱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해킹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어 보안을 강화한다고 해도 조직적 범죄시도 및 정보 유출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내에서 2015년 약학정보원 등이 환자 동의 없이 의료정보 약 47억 건을 불법 수집해 해외 업체에 판매한 사실을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적발한 바 있다. 유출된 환자 정보에는 환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및 병명, 처방된 약물, 복용량, 진료명세, 진료 기간 등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단체는 "현행 의료법 제21조는 환자의 질병, 병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기 위해 열거한 목적 외에는 개인정보의 열람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등으로 환자의 처방전을 한곳에 집적할 경우 막대한 환자 개인정보가 한 순간에 열람돼 급속도로 전파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 시스템 장애로 인한 혼선을 우려하기도 했다.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이 마련되면 환자의 처방 관련 민원을 국가가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민원이 하루에 수백만 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 2012~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버가 6차례 장애를 일으켜 전국적으로 환자 진료에 혼선이 생긴 바 있다. 2016년 7월엔 냉각장치 고장으로 24시간가량 DUR 점검 및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중단된 일도 있었다. 2018년에도 5시간 이상 홈페이지 개편 관련 장애가 발생했으며, 2021년 9월 원인불명의 서버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환자 중에는 노인과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다수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들 단체는 "노년층 및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국민에 대한 책임 방기하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전자처방전은 환자들에게 또 다른 장애와 진입장벽을, 의료기관에는 디지털 시스템과 기존 시스템의 중복 규제를 강요하게 된다"고 규탄했다.
이어 "질병정보를 보호하면서 신속하고 안전한 처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엔 엄중하고 전문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라며 "편의성이라는 허울 아래 중앙 집권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하는 것에 반대한다. 또한 비가역적이며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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