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2023년도 수가협상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단체를 포함하라는 구조개선 요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가협상이 결렬된 개원가에서 진료과별로 규탄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4개 진료과의사회가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이어 지난 15일 대한내과의사회. 대한피부과의사회가 비판행렬에 동참하면서 이 같은 기조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금의 수가협상 방식은 수가협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협상은 공정한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 수용할 수 있는 결정에 도달하도록 조정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수가협상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과의사회는 "2007년 유형별 수가협상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협상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며 "더욱이 올해 건보공단은 밴드조차 협상 전날까지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를 결정하는 위원회 구성에 당사자인 공급자단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2.1%의 인상률은 최소한의 인건비와 물가인상률을 고려하지 않은 숫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상률의 근거가 되는 SGR 모형은 최근 임금 및 물가인상률, 고용률과 생산활성화 지표 같은 경제지표를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등 선진국에서 SGR 모형은 2015년 영구 폐기됐으며 건보공단 역시 이 같은 문제에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도 해당 모형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것.
내과의사회는 "공단의 이런 행태는 OECD국가 중 수가가 가장 낮은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최일선에서 헌신한 의료인을 무시하고 토사구팽하는 행위"라며 "의료계는 더는 이런 폭거를 그냥 좌시할 수 없다. 본회는 의료계에 대한 공단의 사과와 재발방지 및 OECD의 평균 이상으로의 수가 조정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피부과의사회는 최근 의료계가 경영상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이 44.6% 증가했고, 한국은행이 전망한 2022년 물가 상승률은 4%에 이르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수가협상엔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피부과의사회는 "건보공단 재정위는 이러한 제반 상황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했다"며 "이는 협상 파트너인 공급자의 어려운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팬데믹 일선에서 최선을 다해온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의료 직역 간 갈등 및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이 저수가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짚었다. 지금 같은 일방적인 방식의 수가협상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의사의 희생만 강요하는 구조적 문제를 새정부에 걸맞게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피부과의사회는 "본회는 협상이 아닌 통보에 불과한 이번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하며 건보공단에 이번 수가협상을 재검토하고 재협상할 것을 요구한다"며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수가협상 구조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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