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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확대…기업들 "서류 쓰다 망해"

발행날짜: 2022-06-29 05:30:00

7월 1일부터 2등급 의료기기까지 확대…품목수 수만개
의료기기 기업들 과중한 업무 부담 호소 "대책 시급하다"

불투명한 의료기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도입된 공급 내역 보고 제도가 점점 더 확대되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제도가 다품목인 2등급과 1등급 등으로 확대되면서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이대로는 서류 작업하다 망할 상황이라고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의료기기 공급 내역 보고가 7월부터 2등급까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공급 내역 보고 제도의 확대로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A기업 임원은 "4등급과 3등급까지는 어떻게 한번 해보겠지만 2등급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며 "7월 제도가 시행되면 사실상 연말까지 이 자료만 정리해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란 정부가 불투명한 의료기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 도입한 제도로 의료기기가 제조사부터 도매상, 간납사, 소매상, 대리점 등으로 이동 및 납품할때 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 내역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모든 유통 단계마다 공급 내역이 보고되면 그만큼 의료기기의 추적 관리가 용이해진다는 점에서 회수 조치나 부작용 문제 등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시행 첫 해인 2020년에는 가장 위험성이 높은 4등급 의료기기부터 시작해 2021년 3등급 의료기기로 확대됐으며 올해 2등급 의료기기까지 확대를 예고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2등급 의료기까지 공급 내역 보고가 의무화되면서 기업들의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말 그대로 4등급 의료기기까지는 그나마 품목이 제한적이라 어떻게든 처리가 가능했지만 2등급 기기는 품목도 많은데다 납품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 이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2등급 의료기기는 체온계나 혈압계, 콘텍트렌즈 등이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국내 B기업 임원은 "실제로 의료기기라고 부를 수 있는 제품은 3, 4등급 기기들"이라며 "2등급 기기는 사실상 대부분의 환자들도 전자기기라고 생각할 만큼 실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말 그대로 체온계와 콘택트렌즈 같은 소포장 품목이 대부분인데 이를 팔 때마다 하나씩 다 공급자 정보와 거래처, 제품 품목과 모델명, 공급한 일시와 수량, 단가까지 하나씩 입력해야 한다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올해 2등급에 이어 내년도 1등급 의료기기까지 공급 내역 보고가 확대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영세한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감당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A기업 임원은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이야 그나마 인력과 예산이 있지만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업의 90%가 직원이 10명도 되지 않는 영세 기업"이라며 "직원 한명이 서무도 보고 영업도 하고 물류도 하며 겨우 버티는 곳이 많은데 이 사람들에게 공급 내역 보고까지 시키면 나가라는 얘기밖에 더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공급 내역 보고 제도의 취지 자체는 인정하겠지만 1, 2등급 의료기기 등에 대해서는 조치를 완화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며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 작업하다 망할 수도 있다는 절체절명의 호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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