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정부가 야심차게 상병수당 시범사업 첫 테이프를 끊었지만 벌써부터 제도 개선 요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의료현장의 의료진들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의료계 전체로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5일 정부 및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전국 6개 지역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부상·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 및 빈곤 위험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아파서 일할 수 없는 노동자에게 그 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한다.
시범사업은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전남 순천시 등 6개 지역에서 실시한다. 시범지역은 3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모델을 적용하며 각 그룹은 부천·포항, 종로·천안, 창원·순천으로 나눠져 있다.
이중 부천·포항, 종로·천안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가 대상이며 대기기간과 최대 보장기간에만 차이가 있다. 창원·순천은 입원이 필요한 환자 대상이다.
상병수당을 받기 위해선 시범사업 의료인증절차를 거쳐야하는데, 여기서 의료기관의 역할은 환자의 근로활동불가기간을 산정해 진단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최초 진단 시 4주까지만 작성 가능하고 필요 시 연장 신청하는 방식이다.
이 시범사업 참여한 총 223개 의료기관을 종별로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2개, 종합병원 13개, 병원 24개, 의원 184개 등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개원의들은 질환 등으로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운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시급한 개선점로 꼽히는 것은 모호한 근로활동불가기간 기준이다. 동일한 질환이라도 환자에 따라 증상 및 치료방식·기간이 달라질 수 있는 데다가, 근로활동불가기간은 일반적인 치료기간과 개념이 다르다. 시범사업 초기여서 아직 관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지금으로선 사례에 따라 치료기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의사마다 치료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이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진단서 작성은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어서 의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관련 기준이 보다 명확해지기는 할 것"이라며 "다만 어떤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릴 수 있다. 같은 상병이어도 빠른 회복을 위해 수술하는 경우도 있고 약물치료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절차로 진단서 작성에 30분에서 1시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수가는 초진 1만5000원, 재진 1만 원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지금은 정책실험 연구에 협조한다는 점을 고려해 환자 1인당 2만 원의 연구지원수당이 지급되지만, 한시적인 지원이어서 시범사업 이후엔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진단서 작성 방식을 보면 임상정보 기입 시 의사는 환자의 주요 증상 중 신청 상병과 관련 있는 것을 골라내야 한다. 사전문답서를 참조해 환자의 증상이 시작됐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만약 진단·치료과정에서 1개월 이내의 주요 수술·검사가 발견되면 관련 기재 및 의무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주요질환 7개가 29개의 세부증상으로 각각 구분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 상병수당 참여기관 원장은 "별도의 교육이 필요할 정도로 진단서 작성이 기준이 굉장히 복잡하다"며 "간단한 환자도 30분이 걸리고 추가적인 검사가 나오면 그 시간이 배로 늘어난다. 좋은 취지인 것은 알고 있지만 의사 입장에선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별도의 직원교육도 필요해 이런 번거로움이 시범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병수당 심사에서 탈락한 환자의 민원이 의료기관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도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부천시의사회 전성호 법제이사는 "환자 입장에서 아픈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취지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현실적이지 않은 수가와 연구지원수당으로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이 개선이 되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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