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밟으며 실외마스크 해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남반구의 주요 지표로 꼽히는 호주에서 이미 독감으로 인해 24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독감 백신 예방 접종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17일 호주 보건부(The Department of Health)가 발간하는 AISR(Australian Influenza Surveillance Report, 호주 독감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호주 내 독감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호주 국가질병보고시스템(NNDSS, National Notifiable Diseases Surveillance System)에 독감 의사환자(ILI, 독감 의심 증세가 있는 환자)로 보고된 건수는 총 21만2573건.
호주 인구는 올해 약 2606만명인 만큼 총 인구의 약 0.8%가 독감으로 보고됐다는 의미로 비슷한 증세를 가진 코로나 환자가 변수로 작용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2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 중 어린이들의 감염률이 높았는데 호주는 7월 31일 기준 5~9세 인구, 5세 미만 어린이, 10~19세 인구가 가장 높은 신고율을 보였다.
특히, 보고된 환자 중에서 최소 24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독감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NNDSS에 보고된 의사환자 중 246건이 독감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것.
독감 의사환자는 5월과 6월에 가장 많이 보고됐다. 의사환자는 고열과 몸살 등 독감 증세가 있는 환자를 뜻한다. 현재 호주는 7월 마지막 주를 기점으로 5년 평균 수치 이하로 감소했다.
호주관광청은 6월부터 8월까지를 겨울로 구분하는데 늦가을과 초겨울에 유행의 정점을 찍고 한겨울에 이르러서야 독감 유행이 수그러들었다는 의미다.
NNDSS에 보고된 독감 바이러스 형태는 82.6%가 A형 독감이었으며, 이 중 94.4%는 A형(미분류, unsubtyped), 0.8%는 A형(H1N1), 4.8%는 A형(H3N2)이었다. 올해 독감 균주는 A형(H1N1), A형(H3N2), B형(Victoria 계통), B형(Yamagata 계통)이다.
A형(H1N1), A형(H3N2)은 올해 접종하는 독감 백신으로 당연히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아형 없음으로 분류된 A형 독감이다. 아직까지 올해 접종하는 독감 백신으로 이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가 뚜렷하진 않다.
이와 관련, 호주 정부는 "아직 이번 절기(계절) 백신과 일치하고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It is too early to assess vaccine match and effectiveness for this season)"고 밝혔다.
대한소아감염학회 최영준 총무이사(고려안암 소청과)는 "지난 2년간 독감에 많이 걸리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그 유행 시기가 올해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물론 독감 백신 NIP 등 백신 접종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지역 사회 전파가 없었고 직전 연도 감염 여부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유행 가능성이 높은 건 맞다"고 밝혔다.
사노피 예년보다 빠른 독감백신 공급 시작…시장 경쟁 더 커질 듯
이 같이 독감 및 코로나 유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대처 방안은 독감 백신의 접종이다.
이미 사노피는 독감백신의 박씨그리프테트라를 지난 10일부터 전국에 공급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 일반적으로 독감 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기가 국가 필수 예방 접종이 시작되는 9월부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 발 빠른 행보다.
지난해부터 GSK의 4가 독감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Fluarix tetra)'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광동제약역시 올해도 독감 시즌을 앞두고 본격 판매 체제에 돌입했다.
광동제약은 플루아릭스 테트라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에 만전을 기해 예방 접종 권장 시기인 9월부터 전국에서 접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노피는 이번 공급 일정을 두고 '2022-2023 절기 독감 유행에 대비해 예방 접종이 필요한 이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독감 백신을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공급했다'는 입장이다.
사노피 백신사업부 한국법인 우재경 실장은 "호주 등 남반구 국가에서 올해 독감 유행이 현실화된 가운데, 한국에서도 독감 재유행이 우려되고 있다"며 "올 시즌 독감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만성질환자 고위험군을 비롯해 생후 6개월 이상 전 연령이 적기에 독감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예년보다 빠르게 박씨그리프테트라를 국내 공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사노피는 독감 백신 수요 증가를 대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급 물량을 더 확보했다고 밝힌 상태로 NIP 입찰에 실패한 일양약품의 물량을 더해 비급여 시장의 독감 백신 공급 경쟁도 보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사노피가 선제적으로 공급을 시작했지만 다른 제약사도 9월 초 추석 등을 고려한 배송 일정으로 8월 말부터 시장 출하를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올해 독감 공급은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인지만 일정 차이가 시장에는 큰 차이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독감 접종 시즌에 공급 물량이 많다고 알려져 있어 물량 소화 방식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공급이 언제 시작하는 것보다는 공급 물량의 가격적인 부분이 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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