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계와 비대면진료 플랫폼 인증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진료로 인한 문제를 제쳐두고 제도화만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산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 인증제를 논의했다. 개인정보보호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인증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담당하는 방향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비대면진료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제도화만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지난달 약사단체가 리서치전문업체를 통해 조사한 비대면진료 어플 이용자 현황 조사가 공개되면서, 의료계에선 비대면진료의 근간인 의료취약계층 편의성 증진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90% 이상이 20~40대로 나타났으며 이용자의 84%가 수도권 및 광역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료 접근성이 낮은 군 단위 이하 지역은 오히려 2% 수준에 불과했다.
병·의원 방문에 어려움이 없는 젊고 대도시에 거주하는 환자의 비대면진료 사용량이 더 높은 것은 당초 취지에 위배된다는 것.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지금은 확진자가 많아 호흡기진료 건이 많아지고 있지만 소강세 당시 다이어트, 발기부전, 탈모, 피임약 등의 처방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이 같은 의약품 처방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뜻. 한시적 허용으로 오히려 비대면진료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본다"고 전했다.
여기에 전문의약품 및 불법 의료광고, 환자유인행위,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등의 부작용이 여전해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이전보다 커진 상황에서, 문제 해결에 앞서 인증제부터 논의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유소영 정보통신 이사는 환자·의사 등 비대면진료 이해관계자에 대한 법률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화부터 논의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우려했다.
유 이사는 "의료법 내에 체계가 갖춰져 있는 대면진료와 달리 비대면진료는 환자·의사의 권리·의무나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법령이 보호하는 상황이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관련 법령이 어떻게 적용되고 마련될 지에 대한 부분을 먼저 따져야 하는데 아무런 논의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권리·의무에 대한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이해관계자 간의 쟁점이 없다. 효율성 등은 그 이후 다뤄져야 할 문제"라며 "이 같은 논의 없이 추진된다면 시장이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를 먼저 파악하고 제도화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비대면진료 플랫폼 인증제 논의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지금은 정부가 각계 입장을 들어보는 단계로 결국엔 의료계 주도로 비대면진료 방향성이 논의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의료계를 배제하고 결정될 수 없다. 비대면진료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정도며 대면진료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도 없다"며 "결국 키맨은 환자와 의사여서 관련 논의에서 산업계 개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비대면진료가 이들에게 유익하다면 활성화 될 것이고 아니라면 사장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비대면진료가 국민 건강에 해가 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며 "관련 정책 제안을 위한 본 연구소의 심층연구가 마무리 단계로 민간 플랫폼의 비도덕적 행태를 제한하면 비대면진료를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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