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 논의에 힘입어 비대면진료 플랫폼업체들이 의료 이외 분야까지 서비스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다른 업체 모델과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대면진료 플랫폼업체들이 심리상담에 이어 사회복지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닥터나우는 지난달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필두로 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출시했다. 코로나 블루 등으로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심리상담 수요를 겨냥한 모습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 인원은 134만5829명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2020년 우울증 진료 인원 역시 전년 대비 4.5% 증가한 120만153명을 기록했다.
의료계에선 닥터나우가 심리상담을 시작으로 의료계 이외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의사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심리상담사를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심리상담은 정해진 수가가 없고 심리상담사 역시 의료법에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영역에선 비대면진료가 수익을 내기 어렵고 반발도 심하다. 그래서 심리상담을 기점으로 다른 직역을 끌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심리상담사를 통한 심리상담은 회당 5만~10만 수준인데 의사와 달리 수수료 산정에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닥터나우 측은 당사 서비스는 의료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심리상담은 관련 수요가 높아진 것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일 뿐 수익을 고려한 모델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닥터나우 관계자는 "당사의 지향점은 헬스케어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되는 것으로 심리상담은 그 일환"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비대면진료와 처방약 배송서비스기 때문에 의료영역 밖에서 이뤄지긴 어렵다. 그 과정에서 환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출시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사회복지로의 영역확장을 시도하는 업체도 있다. 실제 한 플랫폼업체는 관련 사례 수집 및 사회복지관 및 사회복지사 대상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명확한 윤곽은 아직이지만,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기보단 사회복지관 및 ESG 경영을 지향하는 고객사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해당 업체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는 일반 국민보다 사회 취약계층이 더 효용성 있게 쓰일 수 있는 서비스다"라며 "관련 모델은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로 현재는 사업의 당위성을 조사 단계"라고 설명했다.
확장세가 본격화하면서 산업계 내부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한 플랫폼업체가 출시한 의사 답변 서비스를 두고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이 서비스는 별도 비용 없이 환자의 의학적 질문에 의사가 답변하는 방식인데 다른 업체가 이와 유사한 모델을 먼저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플랫폼업체 임원은 "본격적인 제도화 기대로 최근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플랫폼 참여 환자를 늘리기 위해 일부 업체는 경쟁 업체의 대표적 시스템을 이름만 바꿔 오픈하는 일까지 있었다. 경쟁이 치열해진 것에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비대면진료 중에서 어떤 것이 진료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정의를 내려야 할 것 같다"며 "환자의 건강과 올바른 의료의 발전이 아닌 상업적인 방향에 의해 산업과 정책이 달라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해당 서비스가 답변 수에 따라 의사들의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의료계에서도 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위권 의사의 실명이 노출되고 이를 통해 바로 진료요청이 가능해 답변 수가 병·의원 인지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의사들의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납득 가능한 범위지만, 진료에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결국 병·의원 노출을 위해 답변을 작성해야 하는 셈인데 또 하나의 상위노출광고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환자 편의를 위한 것으로 진료와 관계없는 별도 랭킹이 노출되는 것"이라며 "아예 페이지를 따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를 상위노출 우려가 있는 다른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 역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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