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최근 부산에서 임신 3주차 산모가 고열과 혈압 저하로 119에 신고했지만 격리실이 비어있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1시간 대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한 병원이 곧바로 기존 격리실에 있던 환자를 옮겨 진료할 수 있었고 해당 산모는 수액을 맞은 뒤 퇴원했다.
#사례2. 서울에선 한 여성이 자녀가 발열과 두드러기를 일으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어 의약품 처방 외에 별다른 진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이 여성은 다음날 오전까지 아이를 돌보다가 주변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하기 위해 충분한 병상을 확보했다는 정부발표와 달리 응급현장에서 병상이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이날 기준 7457개의 코로나19 전담병상을 확보했으며 49.8%로 절반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응급실 의사들은 병상이 없어 환자가 수 시간 대기하는 일이 계속되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 실태를 공개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밤새 응급실에 확진자인데 받아줄 수 있냐는 전화가 온다. 하지만 실제로 환자를 받는 경우는 10건에 1건 정도다"라며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짧으면 2~3시간, 길면 5~6시간 응급실 앞에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고 대응여력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이 잘되고 있는지 현장 입장에선 공감이 안 된다"며 "중증환자에게 제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게 과학방역인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응급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큰 이유는 코로나19"라고 지적했다.
■확진자 느는데…부족한 진료 가능 소아 응급실
기피과 문제로 인프라 붕괴가 심화한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가 바라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특히 0~9세 소아 확진자와 10~19세 청소년 확진자는 연령별 비중에서 각각 11.3%, 12.8%를 차지할 정도로 수가 많은데 소청과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이 적은 상황이다.
실제 메디칼타임즈가 주요 수련병원 24곳을 대상으로 '2022년도 후반기 레지던트 1년차' 지원 현황을 취재한 결과 서울아산병원 한 곳에만 한 명의 소청과 전공의가 지원했다.
일반적인 소아 발열환자는 소청과 개원가에서 대응할 수 있지만 동선분리가 필요한 소아 확진자는 모두 응급실로 몰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줄 응급실이 없다는 게 현장 우려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지난 20일부터 수도권 고위험군 환자 치료를 위한 당직 병원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확진자 급증으로 아동병원들은 3차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을 위한 병상 배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방역당국에 관련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중증 소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장 상황을 전하며 올 겨울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현장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이사장은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소아응급실 자체가 운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3차 의료기관에서 처치가 필요한 소아환자를 전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중증 소아 확진자가 오미크론, 델타 때보다 늘어났는데 추워지면 환자가 더욱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에 호주에서 독감환자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독감이 유행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우려가 크다"며 "주말 당직 병원제 역시 3개 병원에 6병상이 마련된 실정인데 과연 환자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 지금처럼 외래로 진료하는 방식은 경증이면 모를까 중증 환자 대응엔 적합하지 않다 지금부터 실효성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만 민간 의존도 높은데…난항 겪는 병상 확보
일손이 부족하기는 산부인과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병원이라고 해도 당직을 교수가 맡는 실정이어서 분만 등 응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확진 산모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만을 민간 의료기관에 의지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확진 산모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정부는 지역별로 수도권 70개, 강원권 9개, 충청권 24개, 호남권 99개, 경북권 19개, 경남권 127개, 제주권 7개 등 총 355개의 전담 분만 병상을 확보했다. 다만 지역별 편차가 있는 것에선 우려가 나온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기철 부회장은 감염병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산부인과 특성상 민간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 부회장은 "산모는 코로나19를 조심할 수밖에 없어 최대한 확진자를 피하려고 한다. 이는 병원에서 확진 산모를 받는다면 정말 확진 산모만 진료해야 한다는 뜻이다"며 "정부가 수가 인상 등 유인책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참여율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대유행 당시 확진 산모를 받았던 병원이 5~6월 완화세 때 소외 받았던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 설득 문제도 있고 민간 분만병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다는 것은 큰 희생이다. 한 번 체계를 전환하면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며 "확진 산모를 전담할 분만병원을 더 늘리려면 행정 등에서 지원을 늘리고 재유행 이후 대책을 함께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발 좀 들어달라"…문제해결 위한 논의체 촉구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지적했다. 현장 전문가들이 관련 문제를 지적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119지역상황실과 지역전원조정 상황실이 중중응급환자 이송·배치업무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의사회 김윤성 학술이사는 "정부의 여력이 있다는 말이 가장 답답하다. 현장에선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겠다는 말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디에 여력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 응급의료체계는 시설·인력·장비 면에서 감염병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3년 가까이 명확한 대책이 없는데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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